[취재수첩] 생리대 유해성 논란, 불안감만 높이는 식약처

릴리안 포함 75품목 심사 면제 드러나… 늑장대응에 소비자 공포 확산

손정은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8.28 18: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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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일어난 '릴리안' ⓒ깨끗한나라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늑장대응에 대한 비판은 오히려 거세다. 더구나 살충제 계란때와 마찬가지로 식약처가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사태를 오히려 키우게 됐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식약처가 최근 부작용 논란에 휩싸여 있는 '릴리안' 등 10종의 생리대에서 발암물질 등 유해성분이 나온 연구 결과를 올해 3월 확인하고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에 따르면 올해 3월21일 김만구 강원대 교수와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한 '여성건강을 위한 안전한 월경용품 토론회' 발표에서 릴리안 등 10종에서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이 검출돼 유해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 릴리안 등 10종 모두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고 유럽연합의 생식동성, 피부자극성 물질 등 유해물질 22종도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식약처가 전수조사 방침을 밝힌 총휘발성 유기화합물(TVOC)도 10종의 생리대에서 약 200종이 발견돼 인체에 해를 입힐 가능성이 제기됐다.

식약처가 이미 유해성에 관한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으며 릴리안을 포함해 2007년부터 신고·요청한 75개 품목 모두 안전성·유효성 심사자료 제출을 면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여성소비자들이 느끼고 있는 공포와 비례한다. 가임기 여성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이로 인해 불임의 위험성까지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여성들은 당장 사용해야 하는 생리대를 선택하는 것부터 불안을 느끼고 있다. 어느 제품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데다 단순히 한 품목을 넘어 전 품목에 대한 불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리대에 쓰이는 접착제, 향료, 부직포 등에 의해 검출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주요 생리대 제조업체 5곳 모두 동일한 회사에서 접착제를 공급받고 있어 위해성 논란은 어느 한 제품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식약처는 뒤늦게 생리대 전수조사에 나서고 28일엔 분석 및 독성분야 전문가 자문회의를, 29일엔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각각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여성환경연대의 유해물질 검출시험 결과에 포함된 나머지 9종 품목에 대한 공개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식약처의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 생길수 있는 오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유해성이 의심되는 제품을 우선 피할 수 있는 여지마저 차단한 것과 다름없다.

조사에 참여한 김만구 교수는 '방출물질 검출 결과를 공개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여성환경연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단체도 정보 공개는 정부 당국에 일임한다는 뜻을 밝혔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생활위험에 대한 불안감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최근 살충제 계란, 간염 소시지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식약처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을 쳤다.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 생활필수품에 대해 식약처가 얼마나 안일한 조사를 해왔는지 엿볼수 있는 부분이다.

식약처가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빠른 시일 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사회 전반에 퍼진 불안감을 잠재우기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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