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제한 없어 공정거래법·세법상 문제 없다 판단2012년 신 회장 국정감사, 이슈 부담에 임대 폐지 논의 시작
  • 롯데 경영비리 공판을 받고 있는 롯데 총수일가. ⓒ뉴데일리
    ▲ 롯데 경영비리 공판을 받고 있는 롯데 총수일가. ⓒ뉴데일리


    "(영화관 매점 임대 문제가) 명백히 법에 위반됐다면 차라리 (신격호 명예회장에게) 건의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은 28일 열린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 임대(배임)' 혐의 관련 5차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2년까지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임대는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는 의미의 진술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8일 신격호 명예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서미경씨, 채정병 전 사장 등에 대한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 임대(배임)' 혐의 관련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장모씨와 채 전 사장은 임대료만 적정하다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전 증인들의 논조를 이어갔다.

    오전 증인으로 참석한 장모씨는 1991년에 롯데쇼핑에 입사해 2008년 9월에 퇴사하기 전까지 롯데 정책본부 지원실에서 근무했던 인물이다. 주로 회계, 세무 업무를 담당했으며 채 전 사장과 함께 일했다.

    2005년 신 명예회장은 채 전 사장에게 영화관 매점 임대를 법적 문제 없이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채 전 사장은 해당 지시사항을 장모씨한테 전달했고, 장모씨는 2005년에는 일감몰아주기를 제한하는 법이 없어서 영화관 매점 임대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

    또한 롯데쇼핑 전체 매출 중 롯데시네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2~3%, 영화관 매점은 0.2~0.3% 정도로 매우 미미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검찰 측은 장모씨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문제에 대해 신 회장에게 보고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장모씨는 "(신 회장에게 이 문제에 보고한 적은) 2005년까지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회장님 지시였는데 동의를 안 할까요"라고 반문하는 등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를 지시한 사람은 신 명예회장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이 사건의 피고인 중 하나인 채 전 사장은 이날 오후 증인으로서 신문을 받았다.

    채 전 사장은 1981년 8월 롯데그룹에 입사해 204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롯데 정책본부 지원실장으로 근무하며 주로 자금·세금·회계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2002년 푸드스타로 발령돼 약 2년간 영화관 매점 임대 관련 업무에서 손을 뗐다고 발언했다. 장모씨도 이날 법정에서 채 전 사장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푸드스타 대표이사로 근무해 2003년 11월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임대 일에 전혀 관여할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었다.

    채 전 사장은 "2004년 10월부터 신 명예회장의 개인재산 관리 업무를 맡게 되면서 신 명예회장으로부터 '이런 업무는 보안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받았기 때문에 (영화관 매점 임대 문제 관련,) 계열사 편입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신 명예회장에게 보고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신 회장이 반대했더라면 (영화관 매점) 임대를 안 할 수 있지 않았나"라고 묻자, 채 전 사장은 "그런 일은 상상해본 적도 없다. 반대했더라면 아마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검찰 측이 "신 회장이 가족과 적대적인 관계가 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그런 것 아닌가"라고 묻자 "반대했으면 완전히 극단적으로 갈라졌을 것이다. 반대한다는 건 저도 도저히 생각해본 적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2012년부터 롯데 정책본부 차원에서 영화관 매점 임대를 직영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증언했다.

    2012년 가을에 신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고 '일감 몰아주기' 이슈가 언론상에 자주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롯데그룹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검찰 측은 "신 회장이 신 전 이사장에게 영화관 매점 임대 폐지를 제안했다가 거절 당한 일을 모르나"라며 "2012년에 비로소 신 회장이 영화관 매점 임대가 문제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채 전 사장은 "그럴 수는 있겠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고 언급했다.

    2007년 공정위 조사, 2009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으나 공정위와 국세청이 영화관 매점 임대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문제를 논의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것. 채 전 사장은 "(영화관 매점 임대 문제가) 명백히 법에 위반됐다면 차라리 건의하기가 쉬웠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다 결국 2013년 2월에 영화관 매점 임대를 그만두게 된 경위에 대해서 채 전 사장은 "일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며 당시 사직할 각오로 건의했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은 "신 회장이 단 한 번도 (영화관 매점 임대) 중단 조치를 내린 적 없나"라고 묻자 채 전 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또 검찰 측이 "이는 서씨, 신 전 이사장 등 가족들의 눈치를 봤기 때문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다. 2012년 전까진 공정거래법, 세법상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재판을 마치기 전에 재판부에 "공정위나 국세청에서 이미 조사를 받고 처분을 받은데다 2013년에 스스로 영화관 매점 임대를 그만뒀는데 2014년에 세무조사, 2016년에 검찰조사로 다시 수사 받게 된 점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채 전 사장의 증인신문이 끝나자 분리했던 변론을 병합하며 재판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신 명예회장을 제외한 모든 피고인이 참석했으며, 다음 공판은 오는 30일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