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21년 연평균 재정지출 5.8%… 복지·일자리 예산 늘어부자증세·지출 구조조정에도 적자국채 발행 불가피… 국민 세부담도 증가
  • ▲ 경제.ⓒ연합뉴스
    ▲ 경제.ⓒ연합뉴스

    정권 교체로 친노동자·서민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복지 확대로 재정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내년 나랏빚은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5년간 178조원이 드는 정책과제 시행을 위해 부자 증세와 사회간접자본(SOC) 졸라매기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지만, 적자국채 발행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내놓은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이 기간 재정수입은 연평균 5.5%, 재정지출은 5.8% 각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처음 수립된 것으로, 5개년도 단위로 재정운용 전략과 재원배분 방향을 제시하며 매년 수정·보완한다.

    문재인 정부 4년 차까지의 재정운용계획은 지출 증가율이 대폭 늘어난 게 특징이다. 지난해 보수 정권에서 전망한 2016~2020년 계획은 수입과 지출 증가율이 각각 5.0%와 3.5%였다.

    수입은 0.5%포인트(P) 증가한 데 비해 지출은 2.3%P로 대폭 늘었다.

    정권별 총지출(추가경정예산 포함) 증가율은 노무현 정부(2005~2007년) 6.8%, 이명박 정부(2008~2012) 4.9%, 박근혜 정부(2013~2017) 4.8%였다. 복지 지출이 많은 진보 정권에서 지출률이 높았다.

    내년도 예산안을 봐도 보건·노동을 포함한 복지 예산은 146조2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4%를 차지한다. 복지 예산 비중이 사상 최대 규모다. 교육 예산을 포함하면 총 210조원 규모로 전체 예산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번 재정운용계획대로면 지출 규모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인 오는 2021년 500조9000억원을 돌파하게 된다.

    문제는 재정수입 증가율이 지출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국채 발행 등으로 나랏빚이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정부는 재정수입이 내년 447조1000억원, 후년 471조4000억원, 2020년 492조원, 2021년 513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내년 29조원(-1.6%), 후년 33조원(-1.8%), 2020년 38조원(-2.0%), 2021년 44조원(-2.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재정수지는 GDP 대비 -2.0% 내외, 국가채무는 40% 초반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목표다.

    2016~2020년 재정운용계획에서 재정수지를 -1%대 초반에서 관리하기로 했던 것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늘더라도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운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에 우선순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운용에도 대기업·부자 증세에 따른 세수 증가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으로 내년 재정수지와 나랏빚이 GDP 대비 각각 0.1%P 개선될 거로 내다봤다. 올해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는 각각 -1.7%와 39.7%였다.

    그러나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도 적자국채 발행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년 일반회계 적자국채 발행은 28조7000억원 규모로 올해와 같은 수준이다. 세수가 늘고 SOC 예산을 20%(4조4000억원)나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음에도 빚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나랏빚은 올해 추경안 기준으로 670조원에서 내년 709조원, 후년 749조원, 2020년 739조원, 2021년 835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GDP 대비 39.7%에서 2021년에는 40.4%까지 오를 전망이다.

    김 부총리는 "재정수지 적자비율이 -2%대 초반이면 관리 가능한 수준이고, 채무비율은 2020년 이후에도 40%를 갓 넘는 수준에서 관리할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보나 과거와 비교해도 건전한 재정운용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 ▲ GDP 대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변동 그래프.ⓒ연합뉴스
    ▲ GDP 대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변동 그래프.ⓒ연합뉴스

    정부의 복지 확대를 위한 확장적 재정 운영으로 국민 1인당 세금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재정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세수입은 연평균 6.8%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268조원, 후년 287조원, 2020년 301조원, 2021년 315조원 규모다. 2021년 기준으로 재정수입의 61.3%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연평균 국세수입 증가율 6.8%는 정부의 경상성장률 전망치 4.5%보다 2.3%P 높다. 경제 성장보다 세수 징수가 웃돌 거라는 분석이다.

    기금수입은 연평균 4.2% 증가해 이전 재정운용계획(5.2%)보다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GDP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은 올해 추경 기준 19.3%에서 내년 19.6%, 후년 이후 19.9%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조세부담률은 사상 최고였던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 2007년과 같은 수준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내년 국민 1인당 세 부담은 678만8000원쯤이 된다. 올 추경안 기준 1인당 세금 641만3000원보다 5.8%(37만5000원) 늘어나는 셈이다.

    조세부담에 4대 연금 등 사회보험료 부담까지 포함하는 국민부담률은 올해 25.7%에서 내년 26.1%, 후년 26.2%, 2020년 26.4%, 2021년 26.4%까지 오를 것으로 계산됐다.

  • ▲ 건강보험료.ⓒ연합뉴스
    ▲ 건강보험료.ⓒ연합뉴스

    당장 내년 건강보험료율이 2.04%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2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현행 6.12%에서 2.04% 올린 6.24%로 결정했다.

    직장가입자는 본인 부담 월 평균 보험료가 10만276원에서 10만2242원으로 1966원, 지역가입자는 가구당 월 평균 보험료가 8만9933원에서 9만1786원으로 1853원이 각각 오른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제 실현을 위해 부자 증세와 지출 구조조정으로는 한계가 있어 앞으로 경유세 인상 등 서민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