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비중 45% 전후, 의료이익은 적자행진정규직 전환·최저시급 인상·비급여까지 부담
  • 문재인 정부가 국립대학병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자, 사립대병원을 포함한 대학병원들은 인건비 부담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부터 비급여 전면 급여 전환 정책까지 전방위 압박 속에 국립대병원과 공공병원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정규직 전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사립대병원은 노조 압박이 더욱 커지면서 마냥 관망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주요 국·사립 대학병원들의 경영지표에서 타 산업에 비해 두드러진 부분은 인건비 비중이다.


    30일 기자가 주요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의 2016년도 의료수익과 의료이익, 인건비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대학병원들의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가 40%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의 고유 목적인 진료 사업을 통해 100원을 벌어 그중 40원 이상을 인건비로 쓰고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립대병원 중 강원대병원과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은 의료부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인건비로 사용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을 제외한 모든 국립대병원이 벌어들인 수익의 44% 이상을 인건비로 썼다.


  • 사립대병원 중 중앙대병원과 경희의료원의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았다. 수익의 40%를 넘는 부분을 인건비로 지출하는 것은 사립대병원 대부분에서 대동소이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일반 기업들에 비해 의료기관의 인건비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334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간 인건비는 평균 5.9%로 집계됐다.


    인건비 비중이 높다보니 의료수익 대비 의료이익률을 높이기란 녹록치 않다. 의료기관별 성과 차이는 있지만 사립대병원은 대체로 5%대를 밑돌고 있다. 인건비 비중 상위권인 경희의료원과 중앙대병원의 의료이익률은 각각 2.22%, 2.40%에 불과했다. 인건비 비중이 48%에 달하는 이화의료원의 의료이익률은 0.43%로 가까스로 이익을 봤고, 빅5병원인 삼성서울병원마저도 -3.05%로 손실을 봤다.


  • 이같은 경향은 국립대병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국립대병원의 의료이익률은 평균 -3.96%로, 대부분의 국립대학병원들이 의료기관 고유목적인 진료사업에서 적자를 봤다.


    서울의 한 상급대학병원 기획조정실장은 "대학병원 인건비는 통상적으로 45%를 전후를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이라고 본다"면서 "사람으로 벌어서 대부분을 사람에게 쓰는 특수한 산업 분야가 의료"라고 설명했다.


    ◆의료분야, 일자리 보고라지만…정규직·최저임금 인상·비급여 정책까지 '설상가상'

  • ▲ ⓒ각 대학병원 홈페이지
    ▲ ⓒ각 대학병원 홈페이지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 정책들로 인해 대학병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다. 국·공립병원들은 연말까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파견·용역 직원들도 현 업체 계약기간 종료 시점에 맞춰 정규화해야 한다. 


    특히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으로 인한 비급여 수입 감소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과 맞물려 대학병원 경영진의 압박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취재에 응한 경영진 대부분은 정부, 노동조합과의 관계를 우려해 실명 거론을 꺼려 그 압박감을 대변했다.


    앞서 지난 23일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위원회 출범 100일을 맞아 산업별 최초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건의료분야 노사정 공동선언 행사를 열였다. 국공립병원뿐 아니라 사립병원들까지 참여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협력에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 박춘란 차관은 "국립대병원의 정원 증원 등을 통해 국립대병원의 일자리 창출이 사립대병원에까지 확산되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일자리정책 추진과 관련해 보건의료산업 분야에 집중하는 이유는 재화 산출 시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고용자 수를 의미하는 '고용유발계수'가 높기 때문이다. 전 산업평균 10억원어치의 제품이 팔릴 경우 8.3명의 고용자가 창출되는 반면, 의료 분야의 경우 2배에 달하는 16.9명이다.


    대학병원 경영진들은 정부가 고용유발계수에 매몰돼 의료 분야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이로 인해 대부분의 수익을 인건비로 지출해야 하는 의료기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4년 기준 국내 주요 병원(300인 이상)의 비정규직 비율은 평균 14%. 사립대학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20%를 전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국립병원장은 "정책 방향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규직 전환 시 40%를 웃도는 인건비가 50%, 60%를 넘어설 것은 자명하다"면서 "결국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건데 지금도 대부분의 국공립병원들은 적자로 힘들다. 적자가 나면 적자가 난다고 지적받으니 병원 경영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지방 국립대병원장은 "국립대병원의 정규직 전환은 임금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외에도 전환 근로자에 대한 교육 훈련비, 기존 정규직 의료인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한 갈등 조정 등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사립대병원들도 마찬가지의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당장 정규직 전환  과제를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저임금 인상, 비급여 전환 정책과 맞물려 비교적 적자 부담이 덜한 국공립병원들에 비해 압박감은 더하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 기조로, 병원 노동조합의 요구도 더욱 거세졌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기획조정실장은 "당장은 국립대병원들이 당면한 과제지만 사립대병원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는 분위기"라면서 "우리 병원도 이미 정규직 직원 전환 시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비용 추계는 완료했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경영이 여유가 있어야 사람을 쓰는 것인데 국공립 병원이야 적자가 나도 정부에서 보전해주지만 우리같은 사립병원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의료기관 경영 상황은 점점더 나쁜 방향으로 몰고가면서 고용을 더하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정부의 최저임금 시급인상으로 우리병원은 한 해 수십억원을 더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노사 임금단체협상에서 벌써부터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의료기관 직원들이 힘들다는 것을 심정적으로 이해하면서도 무작정 처우를 개선해줄 수만은 없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해당 병원장은 "비급여 수익으로 간신히 끌고왔는데 앞으로 비급여 정책이 바뀌면서 그마저도 쉽지 않아지니 정말 갑갑하다"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대학병원이 갖는 고유의 이미지 때문에 힘들다고 푸념해도 손가락질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일자리위원회 내 9월 신설될 보건의료특별위원회 논의를 통해 정규직 전환 등으로 인한 의료기관 손실 보전책도 도출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등을 통한 수가 보전책.


    그러나 정부에 대한 병원계의 불신이 깊은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병원급 의료서비스 공급 대가(수가) 인상률은 늘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을 하회했다. 그간 정부의 저수가 기조가 병원들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왔던 것이다.


    지방의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사람을 늘리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생각이지만 그만큼 병실가동률도 뒤따라 높아져야 하는 것"이라면서 "간호·간병 서비스가 수년째 제대로 안착되지 못한 것은 지방 간호인력난 때문인데, 현재도 제대로 된 인력 대책이 없는 상황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병원들의 우려에 공감한다"면서 "일자리 정책은 보장성 강화 정책과 맞물려 진행되는 것으로, 제대로 된 수가보전 없이 감언이설로 밀어붙이거나 무작정 의료기관만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특별위원회를 통해 개선책을 구체화하면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