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복원 사업 정당성 여부 판결 핵심될 듯삼표산업 측 "공장 부지 유적 없고, 추측 만으로 대규모 사업 진행"국토부 측 "유적 존재 여부 떠나 문화재 보존 자체의 가치가 있는 사업"
  • ▲ 풍납토성 일대.ⓒ서울시
    ▲ 풍납토성 일대.ⓒ서울시



    삼표산업 풍납 레미콘공장의 운명이 오는 11월 결정된다. 해당 부지가 국가 사적지로 지정돼 공장 이전을 놓고 삼표산업과 국토교통부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문화재 복원사업의 정당성' 여부가 판결의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삼표산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풍납공장 사업인정고시 취소소송 항소심 3차변론이 29일 오후 2시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 307호에서 진행됐다.

    앞서 재판부는 1심에서 원고인 삼표산업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에 불응한 국토부가 항소하면서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양측의 변론이 이어졌다.

    삼표산업 측은 현재 10m 가량 발굴 작업이 진행된 공장 내부를 촬영한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부지 수용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삼표산업 법률대리인은 "해당 부지가 문화재 유실지역이라고 하는데 공장 내부를 10m 가량 파놓은 상태"라며 "3~4m 파보면 나왔을 것인데 발굴 작업 당시 (문화재) 없어서 계속 팠다는 취지"라고 변론했다.

    재판부는 해당 동영상 증거를 시청한 뒤 피고인 국토부 측에 "조사할 것이 더 있는냐"라고 질의했다.

    이에 국토부 법률대리인은 "공장 지역의 풍납토성은 65년까지 보였던 것"이라며 "현재 지하에 없다고 해도 해당 지역에 과거의 토성을 모양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다"라고 답했다.

    국토부 측은 항소심 변론이 과거 유적에 대한 논쟁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대리인은 "항소심에 들어와 변론이 과거 유적에 대한 질의 논쟁, 역사 문제로 가고 있다. 이렇게 가면 끝이 없다. 유물, 유적에 대한 논쟁은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법리적 논쟁에서는 해석 범위를 벗어난다"며 "이 사건은 문화재 보존사업이 핵심이다. 이 사업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많은 예산을 들여 국가의 명운을 걸고 하는 것이며, 그 만큼 풍납토성의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측은 유적의 존재 여부를 떠나 전체적인 풍납토성의 문화적 가치를 통해 사업의 정당성에 대해 반복 설명했다.

    국토부 대리인은 "토지 아래 풍납토성 유물 존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지난 2003년 삼표 부지 남쪽 발굴 조사 결과, 동성벽과 끝단이 동일한 양상을 띈다는 의견서 내용이 있다. 발굴 평가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지만 그 분야에서 수년간 연구해온 교수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서성벽의 존재 여부는 학계에서 의문이 없는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반면, 삼표산업 측은 실질적 사업 주체인 서울시 등이 사업을 영위할 능력이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삼표산업 대리인은 "피고측의 주장은 삼표공장 하나만 보지 말고 풍납토성 전체를 보라는 것이 요지인데, 그 말은 풍납토성 전체를 복원하겠다는 얘기"라며 "피고 측은 부지 매입 초기에 돈이 없어 1필지를 50억원, 30억원씩 쪼개서 매입하면서 10년 동안 장기화됐다. 서울시는 사업 비용이 1조300억원 수준이라고 하는데 전체 풍납공장에 대한 사업 진행 시 10조원 이상이 된다. 이는 심각한 재정 낭비"라고 비판했다.

    또한 풍납토성의 학술적 가치도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표산업 대리인은 "풍납토성 복원이 공익적으로 우수하다면 그 가치가 인정돼야 하는데, 풍납토성에 대한 학술적 가치도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며 "사실 유물에 대한 유무도 추측에 불과하다. 거액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변론 말미에는 소송 이유를 놓고 산표산업 측과 국토부 측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국토부 대리인은 "삼표산업이 2014년까지만 해도 적극 수용을 얘기했는데 갑자기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며 "원고가 고민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삼성동에 고층 빌딩(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이 들어서기 때문에 경영상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삼표산업 측은 현대차 GBC에 대한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며 반박했다.

    삼표산업 대리인은 "피고 측이 주장하는 GBC 관련 주장은 삼표산업이 아닌 서울시의 얘기일 뿐"이라며 "GBC는 서울시가 아직 허가도 내주지 않아 모르는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변론과 추가 제출 서류 등을 검토한 뒤 판결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항소심 선고는 11월2일 오전 9시50분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