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가을 이사철 앞두고 '집주인 눈치' 봐야 하나

8·2부동산대책 이후 매수심리 위축, 전세 유지하며 관망세
'조물주 위에 건물주'… 세입자들 전셋값 오를까 '전전긍긍'

이보배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8.30 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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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책 이후 전세를 유지하는 세입자가 많아지면서 전셋값 상승이 우려된다. 사진은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 상승 조짐이 보이고 있다. 8·2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전월세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전셋값 폭등 괴담까지 돌고 있다.


특히, 2011~2012년 부동산 거래절벽 이후 나타났던 전셋값 폭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현실이 되진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필자의 지인은 8·2대책 발표 이후 전세계약을 연장했다. 올해에는 청약에 도전해보리라 마음먹었지만 이번 대책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40%로 묶이면서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은행 대출이 불가피한 입장에서 LTV·DTI 한도 감소는 내 집 마련에 거는 기대를 희미하게 한다.


또 재건축에 따른 이주수요가 만만치 않은데다, 전세로 돌아서는 실수요자들이 많아지면서 전셋값 급등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친 전세, 미친 월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전월세 안정에 집중할 뜻을 내비쳤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공약으로 내걸었던 '전월세상한제' 도입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월세상한제는 연간 임대로 상한률을 5%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로, 시장에서는 문재인정부에서 전월세상한제의 도입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전월세상한제' 도입 역시 전셋값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해당 제도 시행에 앞서 집주인들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임대료를 미리 올려 받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


2년 전 국토교통부가 연구용역으로 발주한 '민간임대주택시장에 대한 임대료 규제의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모두 도입할 경우, 제도 도입 전과 비교했을 때 작게는 2.5%에서 크게는 11%까지 임대료 상승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향후 5년 내 전월세상한제 도입 가능성이 크다. 정책이 시행되기까지 입법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도입은 어렵겠지만 그 기간동안 전세가격이 계속해서 오를 여지는 충분하다.


8·2부동산대책이 과도한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대출규제에 대한 소급 적용 등 잡음이 적지 않고, 거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실거주자 중심의 대책이라고 평가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실수요자들이 움직일 정도로 집값이 하락하기 전까지는 전세를 유지하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셋값 상승이나 월세 전환 등 세입자들의 집주인 눈치보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9월 발표 예정인 '주거복지 로드맵'의 전월세대책은 보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채워지길 바라본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우스개소리가 남일 같지 않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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