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협회 "판결 유감, 국내 자동차산업 치명타 될 것"학계 "이번 판결로 타 업체들도 줄소송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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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로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칠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업계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법원이 노조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임에 따라 자동차업계는 억울하다며 향후 후폭풍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향후 국내 자동차산업에 미칠 영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자동차산업협회 측은 "그간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합의와 사회적 관례, 정부의 행정지침, 기아차와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막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 지침을 준수하고 노사간에 성실한 임금협상을 임해 왔을 뿐 아니라 상여금 지급 규정을 수십년 전부터 근로자들에게 유리하게 운영해온 기업이 오히려 통상임금 부담 판정을 받게 돼 억울하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막대한 임금 부담은 회사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자동차산업협회 측은 "국내 생산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기아차의 통상임금 조건과 경영 위기가 타 완성차업체 및 협력업체로 전이돼 전체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가중될 수 있다"며 "통상임금 문제의 지속적인 법적 분쟁에 따른 경영의 불확실성과 노사간 대립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상임금을 1임금산정 기간에 지급되는 임금으로 규정한 현행 고용노동부의 행정지침대로 법제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자동차업계는 내수·수출·생산 등 모든 부문에서 역성장세를 기록하며 위기에 빠져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수출량은 132만1390대로 지난 2009년 93만8837대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4% 감소한 상태이며, 중국 사드 여파로 현지 판매량이 전년 대비 40% 이상 급감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특히 중국 현지 사정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대차의 경우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상반기 현지 판매량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고, 부품업체들에 지불해야할 대금까지 차질을 빚어 일부 협력업체들의 납품 거부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현대차 중국 공장 4곳이 '올스톱' 되는 일도 있었다.

    이번 판결로 업계가 우려하는 또 다른 점은 단순히 기아차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곳은 기아차를 비롯해 현대차, 대한항공, 삼성중공업, 한국지엠, 현대오일뱅크, 우리은행 등 115개사에 이른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해 한국지엠 등은 임금협상 문제로 노조의 파업이 속출하는 등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판결로 노조 측은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재판부도 어느 한쪽의 편을 100% 들어주기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기아차 뿐만 아니라 다른 사례로 전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자동차업계는 한국지엠 철수 가능성을 비롯해 한미 FTA 재협상, 노조 파업, 고비용 문제 등 다양한 악재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이번 소송 결과는 타 산업으로까지 파급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