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이라크서 추가비용 발생→ 원가율 증가→ 영업익 하락수주잔고 전년대비 41% 급감… "실적 개선 모멘텀 약화"부채비율·차입금의존도 증가… 재무안정성도 '우려'
  • ▲ 서울 강동구 소재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조감도. ⓒ삼성엔지니어링
    ▲ 서울 강동구 소재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조감도.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이 또 해외에서 손실이 발생,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부실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수주잔고마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관측이다. 당분간 재무안정성의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ENG는 상반기 매출액 2조4728억원, 영업이익 988억원의 영업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매출은 8.71%, 영업이익은 81.4% 각각 줄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시공능력평가액 1조원 이상 주요 27개사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동반 하락한 5개사(현대건설·SK건설·금호산업 건설부문·신세계건설 건설부문)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영업이익률은 0.39%에 그치면서 27개사 중 26위를 기록(쌍용건설 0.28%)했으며 영업이익률 하락폭 역시 신세계건설 건설부문(-2.3%p) 현대건설(-1.92%p), 한화건설(-1.91%p) 등과 하위권을 형성했다.

    이는 매출원가율이 지난해 상반기 90.1%에서 93.1%로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비화공 부문의 경우 이익률이 높은 계열사 물량이 많아 86.3%로 양호했으나, 해외 현안 프로젝트들이 존재하는 화공 부문에서 103.3%를 기록했다.

    UAE CBDC에서 공기지연으로 198억원의 비용이 반영됐고, 이라크 바드라 가스전에서 총 428억원(공기지연 216억원·인력 증가 및 협력사 클레임 212억원)이 반영되면서 총 626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됐기 때문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2013년 초 수주한 프로젝트의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다"며 "초과비용 규모는 작지만 이를 커버할 충분한 매출이 없다보니 리스크로 부각되는 단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추가원가가 투입된 이들 현장은 이미 여러 차례 손실이 발생했던 프로젝트인 만큼 놀랄 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매번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통해 손실을 선반영했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다시 한 번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주요 현안 프로젝트들의 준공시기가 도래하면서 추가손실은 줄어들겠지만, 해외수주 잔액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기준 공사 진행률은 CBDC가 96%(충당금 잔액 300억원), 바드라는 90%(충당금 잔액 124억원) 수준이며 CBDC는 연말, 바드라는 내년 1분기 준공 예정이다.

    중동 지역의 발주 환경은 지난해나 2015년보다 개선되고는 있지만, 저유가 여파로 프로젝트 낙찰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주잔고 축소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상반기 수주잔액은 6조9625억원으로, 지난해 연결 매출액 7조94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상반기 11조9055억원에 비해서는 41.5% 감소했다. 1년 만에 반토막 난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상반기 278억원, 올 상반기 13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화공 부문의 신규수주가 늘어났다는 점도 우려된다. 상반기 화공 부문 신규수주는 822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504억원에 비해 82.6% 증가했다.

    반면 흑자 유지를 견인(전체 영업이익 938억원)했던 비화공 부문의 영업이익은 145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7.1% 증가했으나, 신규수주는 2조6713억원에서 1조2946억원으로 51.5% 감소했다.

    대신증권 측은 "향후 추가 해외수주가 기대되지만, 2분기 실적에서 나타났듯이 추가비용 반영에 따른 화공 부문 원가율 증가와 수주잔고 정체에 따른 매출 확대 여력이 감소할 경우 실적 개선 모멘텀은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윤호 연구원은 "주요 현안 프로젝트의 준공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화공 부문에서의 수익성 개선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관계사 공사가 대부분인 비화공 부문의 경우 연간 2조~2조5000억원의 매출액과 85% 수준의 안정적인 원가율을 예상할 수 있지만, 화공 부문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실적 개선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ENG 관계자는 "선별적 수주 전략에 따라 매출은 감소했지만, 현안 프로젝트의 마무리와 산업 환경 분야에서의 실적 증가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소폭 개선됐다"며 "프로젝트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지속적인 경영 혁신과 원가 절감을 통해 질적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에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필두로 발주시장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주도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매출 등 외형 성장도 기대되지만, 무엇보다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수주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처럼 영업성과가 부진하면서 재무안정성도 단기간 내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반기 차입금의존도는 75.2%로 지난해 상반기 22.2%에 비해 53.0%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이 2235억원에서 7084억원으로 216.9% 뛰면서다.

    부채비율도 358%에서 362%로 증가했다. 27개사 평균 부채비율이 141%인 점을 감안하면 업계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삼성ENG보다 부채비율이 높은 곳은 한신공영(417%), 코오롱글로벌(381%), 신세계건설(374%) 등 3곳에 불과하다.

    A신용평가사 건설 담당 연구원은 "원가율이 높은 중동 지역 공사 상당수가 완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 수주잔액 규모가 예년에 비해 줄어든 점 그리고 자구안으로 제시됐던 본사 사옥 매각 역시 입지조건의 불리함 등으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현 수준의 재무부담이 현저히 개선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