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달서·해운대·서빙고 맥주 등, 실제 생산지는 제품명과 달라홈플러스, 대대적 홍보·마케팅엔 열심, 정보 전달엔 소홀 지적
  • 홈플러스 매장 내 진열돼 있는 지역맥주 시리즈. ⓒ김수경 기자
    ▲ 홈플러스 매장 내 진열돼 있는 지역맥주 시리즈. ⓒ김수경 기자


홈플러스가 전국 매장에서 지역맥주 소개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중소기업이 만든 수제맥주 알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에서 판매하는 모든 지역맥주들이 실제 제품에 들어간 지역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10월 '강서맥주'를 시작으로 올해 3월 '달서맥주', 6월 '해운대 맥주', 8월 '서빙고 맥주' 등 4종의 지역맥주를 전국 141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해당 맥주 제품들은 모두 지역명을 딴 지역맥주로, 홈플러스는 이를 활용한 대대적인 마케팅과 홍보활동에 나섰지만 정작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데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홈플러스는 매장 주류 코너에 프로모션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지역맥주 제품을 진열해두고 있다. 유명 수입맥주 옆엔 홈플러스가 내세우는 지역맥주 제품들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청와대 호프 미팅에서 '강서맥주'와 '달서맥주'가 건배주로 선택되면서 홈플러스의 지역맥주 프로젝트는 탄력을 받았다. 이 두 맥주는 홈플러스와 국내 수제 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가 협업해 선보인 제품이다. 

홈플러스는 '강서·달서 맥주'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7월 국산 맥주 매출 비중이 13%포인트 증가한 5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4월에는 수입맥주에 매출을 빼앗기며 국산 맥주 비중이 42%에 불과했지만 지역맥주를 등에 업고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 지역맥주 관련 기사를 프린트해 걸어둔 홈플러스. ⓒ김수경 기자
    ▲ 지역맥주 관련 기사를 프린트해 걸어둔 홈플러스. ⓒ김수경 기자

    홈플러스는 매대에 '청와대 호프미팅 공식 만찬주 강서·달서 맥주'라는 제목의 뉴스 기사를 프린트해 걸어두는 등 지역맥주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 지역맥주 4종의 실제 생산지를 확인한 결과 제품명에 들어가 있는 지역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곳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세븐브로이맥주주식회사가 제조하는 '강서맥주'와 '달서맥주'의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네오이티진브루어리가 제조하는 '해운대 맥주'와 '서빙고 맥주'는 충청북도 음성군 원남면에서 각각 생산한다.

  • (위부터)달서 맥주, 서빙고 맥주, 해운대 맥주. ⓒ김수경 기자
    ▲ (위부터)달서 맥주, 서빙고 맥주, 해운대 맥주. ⓒ김수경 기자

  • 평소 집에서 맥주를 즐겨 마시는 직장인 최경선 씨(여·32세)는 "요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지역맥주 인증샷을 많이 봤다"며 "해운대 맥주는 해운대에서 달서 맥주는 대구에서 만든 수제 맥주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맥주가 이름만 지역명을 따온 것일뿐 실제 원재료나 생산지와는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자 최 씨는 "벨기에 맥주로 유명한 호가든을 벨기에가 아닌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때 국내 소비자를 기만한다고 욕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지역맥주도 거기서 생산한 것이 아닌데 굳이 이름에 왜 지역명을 넣었는지, 이것도 소비자 기만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소비자 박한석 씨(남·29세)는 "춘천 닭갈비, 평양 냉면처럼 음식명 앞에 지역 이름이 붙으면 당연히 그 지역에서 유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유행처럼 지역 이름만 갖다 붙였다니 속은 기분이 든다"고 밝혔다.  

    제품명에 들어간 지역과는 큰 연관이 없는 '무늬만 지역맥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맥주들은 해당 지역에서 이름 값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강서 맥주'는 서울 강서구 판매가 전국 평균보다 약 3.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해운대 맥주'의 부산시 지역 점포 판매량도 전국 평균보다 3.2배 가량 높았다. 해운대구에 위치한 점포에서의 '해운대 맥주' 판매량은 전국 평균보다 7.7배가 높았다. 대구 달서구의 이름을 붙인 '달서 맥주'도 대구 지역 매출이 서울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이름을 붙인 수제맥주가 
    해당 지역에서 매출이 높은 것은 그만큼 제품명이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이를 활용해 대대적 홍보·마케팅에 나서는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것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제품 유통을 맡아 판로를 열어줬을 뿐 해당 제품에 대한 정보를 마트가 고지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강남맥주도 강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지역맥주 프로젝트 4탄인 '서빙고 맥주' 이후 새로운 지역맥주 소개는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지역맥주 중 제주맥주가 제조하는 '
    제주위트에일'만 해당 지역인 제주도에서 생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