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표, 증인출석 전후 변호인 두 차례 만남고 전 대표의 오락가락 증언에 고성 오가기도
  • ▲ 롯데 경영비리 공판을 받고 있는 롯데 총수일가. ⓒ뉴데일리
    ▲ 롯데 경영비리 공판을 받고 있는 롯데 총수일가. ⓒ뉴데일리


    前 시네마통상 대표이사 2명이 제각각 신빙성 떨어지는 증언을 해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 임대(배임)' 혐의 관련 7차 공판이 난항을 겪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4일 신격호 명예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서미경씨, 채정병 전 사장 등에 대한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 임대(배임)' 혐의 관련 7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신 명예회장을 제외한 모든 피고인이 참석했다. 이날은 시네마통상에 재직했던 대표이사 2명이 오전, 오후로 나눠서 출석했다.

    오전에 출석한 이모 전 시네마통상 대표이사는 1975년 롯데제과에 입사한 후 2011년 2월 부산롯데호텔 상무로 재직하다가 퇴직했다. 그는 2012년 4월부터 시네마통상와 시네마푸드의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고모 전 시네마통상 대표이사는 이모씨의 전임 대표로 2005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7년간 시네마통상 대표이사로 일했다. 2005년 3월에 시네마통상을 설립했으며, 2011년 6월에는 시네마푸드를 설립해 2012년 3월까지 시네마푸드 대표이사도 겸했다.

    고 전 대표는 검찰 신문에서 "(이 전 대표에게) 인수인계서를 작성해줬다"며 "신 명예회장에게 보고서 작성하기 전에 신 전 이사장과 기획조정실(현 롯데 정책본부)에 보내서 취합, 정리 후 채 전 사장을 거쳐 신동빈 회장의 검토를 받은 후 신 명예회장에게 대면보고를 해야 한다고 알려줬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고 전 대표의 이같은 진술 때문에 검찰 진술 당시 검사님, 전 이미 퇴사했기 때문에 회사에 유리하게 허위 진술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하는 등 진땀을 뺐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계속 고 대표의 진술을 토대로 "채 전 사장을 통해 신 회장에게도 보고한 것 아닌가"라며 허위 진술이 아니냐고 추궁했기 때문.

    이어 "제 입장에선 전혀 아닌 걸로 '왜 자꾸 거짓말 하느냐'고 하시니까 트릭인 줄 알았다"며 "그땐 감정이 격해져서 ('왜 제가 거짓말 하겠나'라고 한 것)"이라고 첨언했다.

    그는 신 명예회장과 신 전 이사장에게만 보고했을 뿐, 신 회장에게는 시네마통상 관련 업무 보고한 적이 없다는 증언을 일관성 있게 했다.

    이에 검찰 측은 "검찰 진술 내용 중 시네마통상의 매출실적, 운영현황을 정기적으로 채 전 사장에게 취합해 보고했다고 조서에 기재하지 않았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신 명예회장에게 업무 보고가 끝난 후에 채 전 사장에게 보고 드리니까 (한 문장으로) 뭉뚱그려지면서 뉘앙스가 다르게 표현된 것 같다"고 답했다.

    반면 오후에 출석한 고 전 대표는 이날 검찰 진술조서에서 중요한 내용들에 대해 일관성 없고 불확실한 대답을 이어갔다.

    검찰 측이 "재직 당시 2~3번 정도 (시네마통상에 관한) 신 회장 지시사항 있었다고 진술하지 않았냐"라는 질문에, 고 전 대표는 "확실히 답변 못 드리겠다"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이 같은 취지의 질문을 하자 "신동빈 회장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전혀 다른 답변을 하는 등 횡설수설했다. 고 전 대표는 "간접적으로 보고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신 회장에게 직접 보고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신 회장 측이 "그런데 왜 신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나"라는 질문에는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검찰조사 당시 고 대표가 직접 진술했던 인수인계서에 대해서도 "인수인계서를 안 만들었다. 인수인계서가 없을 것이다"라고 증언하며 이전 진술을 번복했다.

    고 전 대표는 시네마통상 업무 보고를 할 때 2005년 4월부터 9월까지는 배석자가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2005년 10월부터는 신 명예회장에게 혼자 찾아가서 독대했다고 검찰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여러 변호인들의 신문 결과 고 전 대표가 말한 배석자 중 일부는 고 전 대표가 취임하기 전에 퇴사하거나 기획조정실이 아닌 곳에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 전 대표의 오락가락하는 증언에 일부 변호인들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고성을 내기는 고 전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재판이 끝나갈 무렵 검찰 측이 "본인이 했던 진술을 다 기억하는가"라는 질문에 고 전 대표는 "검사님은 다 기억하십니까? 기억 못합니다"라고 소리를 쳤다.

    재판부는 고 전 대표에게 "편하게 막 말씀하시면 굉장히 복잡해진다"며 "진술한 부분 중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기재돼 있으니 너무 그런 진술을 안했다고 하지 말고 그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답해달라"고 부탁했다.

    고 전 대표는 재판 중에 다리를 꼬고 옆으로 돌려앉아 있어 태도 문제를 지적 당하기도 했다. 보다못한 재판부는 "증인, 바로 앉으세요"라며 "고령이니 편하게 있도록 배려했는데 그래도 법정이니까 예의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신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고 전 대표에게 "혹시 알콜성 치매 치료를 받은 적 있는가"라고 묻자, 고 전 대표는 "그런 적 없다"며 건강하다고 답했다. 이는 이날 오전 이 전 대표가 고 전 대표는 2014년 알콜성 치매로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다고 주변 지인들에게 들은 적 있다고 증언했기 때문에 한 질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판부는 "현실적으로 진정성립이 적극적으로 돼야 증거 성립이 될 수 있는데 신빙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검찰 측이 검찰 진술조서를 철회할 수는 없나, 그렇게 하면 진정성립 없이 사실관계만 물어보면 된다"고 검찰 측에 물었다. 진정성립이란 어떤 문서나 사실이 맞다고 확인해 주는 것을 뜻한다.

    검찰 측이 "철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재판부는 "(증인이) 기억 안난다는 부분들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결론 지었다.

    한편 이날 오전에 출석했던 이 전 대표도 법원 소환장을 받기 전후에 총 2회 신 회장 측 변호인과 만났던 게 밝혀져 신빙성 문제가 불거졌다. 재판부는 이 전 대표에게 "앞으로는 증인 출석 시 사전에 누구를 만나는 건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충고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6일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