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카드, 사업성 낮고 회원국 관심도 줄어광역알뜰카드, 내년 광역교통청 발족 후 추진
  • ▲ 광역버스 이용하는 시민들.ⓒ연합뉴스
    ▲ 광역버스 이용하는 시민들.ⓒ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교통카드 정책이 잇따라 중단되거나 추진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박근혜표 '에이펙(APEC) 교통카드'는 사실상 폐기됐고, 문재인표 '광역알뜰교통카드'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사업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도입 타당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지금으로선 실현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 제안했던 APEC 교통카드는 현재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APEC 교통실무회의에서 APEC 교통카드 시범 도입에 관한 논의가 있었지만, 후속 협의가 없어 묻히는 분위기다.

    APEC 교통카드는 2014년 중국에서 열린 제22차 APEC 정상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제안해 정상선언문 부속서인 'APEC 연계성 청사진'의 이행보고서에 반영된 사업이다.

    전국의 버스·지하철·기차·고속도로를 카드 하나로 이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교통카드 전국호환제도(One Card All Pass)'처럼 APEC 21개 회원국에서 공통으로 쓸 수 있는 교통카드를 도입해 대중교통 이용을 편리하게 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통카드 업계의 외국 진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APEC 교통카드 도입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무회의를 진행할수록 관심 있는 나라를 찾기 어려웠다"면서 "나라별로 대중교통 시스템이 다르고 서로 표준안 마련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하는 가운데 각국 담당자마저 바뀌면서 관심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추진 의지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사업추진의 근거가 돼야 할 연구용역 결과가 모호하게 나온 데다 그사이 정권도 바뀌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서 발주한 기획연구는 사업 타당성과 관련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사실상 연구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산시스템 표준화에 적잖은 투자비가 들 것으로 예상하므로 회원국을 설득하려면 사업 타당성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하는데 연구용역 결과는 내용이 막연했다"며 "이용자 편익은 증진되지만, 경제성·효율성은 뜬구름 잡듯 판단 근거가 미흡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전 정부의 정책 지우기 차원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일각에서는 당시 외교부의 전시행정에 국토부가 영혼 없이 장단을 맞췄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당시 외교부에서 APEC 정상회담 때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을 찾았고 어디에서 얘기를 들었는지 교통카드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일부 모바일 운영체제의 기능 제약과 외국인 관광객 수요 부족 등으로 사업성에 한계가 있다는 반대 의견이 있었으나 (무시됐다)"고 전했다.

    사업현장에서는 APEC 교통카드가 아니어도 해외시장 개척에 따른 지원이나 관심은 필요하다는 견해다.

    업계 한 관계자는 "APEC 교통카드 사업은 국토부 주도로 진행하는 사업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며 다만 지속해서 협조는 하고 있다"면서 "(해외 진출을 위해) 국가별 통신·카드사들과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교통분야 대선 공약인 광역알뜰교통카드는 일단 추진 일정은 윤곽을 드러냈다.

    내년 중순까지 대도시권 광역교통청을 신설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도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사업 추진 여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관련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련 업계에선 현재 우리나라의 수도권 광역교통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무료 환승 체계여서 교통비 부담 수준이 이미 선진국보다 30~40% 낮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광역알뜰교통카드를 도입해 추가로 30%쯤의 교통비 할인을 추진하는 게 실현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토부는 광역알뜰교통카드 도입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다. 내년 초 관련 연구용역을 벌여 결과가 나와봐야 추진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가 광역교통청 신설에 대해 적극적인 인천시, 경기도와 달리 온도 차를 보이는 것도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