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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 롤러스케이트를 자주 탔다. 넘어져 무릎을 다치는 일이 잦았는데, 그 때마다 찾은 게 '대일밴드'다. 정확히는 '대일(화학공업)'에서 제작한 밴드가 아니었는데도 그 밴드는 꼭 '대일밴드'라 불렀다. 후에 그런 종류의 제품을 '일회용밴드'라고 칭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한 동안 '대일밴드'라고 불렀다. 어떤 고유명사가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다가 보통명사처럼 굳어지는 현상을 에포님(eponym)이라고 한다. 튜브형 아이스크림을 지칭하는 롯데삼강(현 롯데푸드) '쮸쮸바', SUV를 대표하는 '지프(Jeep)'도 브랜드명이지만 이같은 과정을 통해 '보통명사화'됐다.

     

    습관은 무섭다. 무심코 사용했던 서비스가 일상 깊이 파고들면, 유사 서비스가 출시돼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을 때 처음 접한 서비스로 대부분 돌아간다. 나도 모르게 충성 고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밀접한 곳을 파고들어 고객 습관을 바꾸고, 생활을 혁신하고자 고군분투한다. 그 중 '혈투'가 펼쳐지는 곳이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속 세계, 모바일 앱이다.

     

    국내 대표 숙박앱 여기어때는 결정장애가 있는 고객들의 숙소까지 찾아준다. 여기어때는 최근 숙박 AI(인공지능) 챗봇 '알프레도'를 업계 처음으로 도입해 '숙소를 추천' 받고, 예약하는 여행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 동안 숙박앱들은 지역별, 가격별로 숙소를 검색하고 예약, 결제하는 식의 서비스만 제공해왔다. 투숙 날짜나 지역 등 조건을 제시하면 알프레도가 그에 걸맞는 숙소를 추천해준다.

     

    배달의민족은 배달음식을 선물하는 트렌드를 끌어냈다. 조만간 '예약 주문결제'와 '대신 결제' 등 신규 기능을 앱에 탑재할 예정이라고 한다. 예약 주문결제 기능을 이용하면 음식 주문 시, 배달 받고 싶은 시간을 별도로 설정할 수 있다. 회사 점심 시간 전에 배달 음식을 미리 주문해 놓고 정해진 시간에 받기만 하면 된다. 또, 메뉴 선택 후 다른 이용자에게 결제를 부탁하는 '대신 결제' 기능도 개발 중이다. 부모가 외출 중이어서 자녀와 함께 있지 않을 때, 메뉴 등 상세 내용을 메시지로 확인한 후 원격으로 대신 결제해 줄 수 있다.

     

    피트니스센터를 등록해 놓고 가지 않아 돈을 날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운동앱 클래스픽은 다양한 운동을 번갈아 가며 즐길 수 있는 통합멤버십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오늘 크로스핏으로 땀을 뺐다면, 내일은 요가로 한 숨 쉬어가자. 소셜기부 플랫폼 쉐어앤케어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좋아요'만 누르면 간단하게 기부 가능한 기부문화를 생활 속에 이식 중이다. 계좌이체를 위해 공인인증서를 깔아야 했던 과거 기부 문화와 달리, SNS에서 공감되는 콘텐츠를 보고 '좋아요', '공유'만 하면 기부가 완료된다.

     

    진정한 리딩 서비스는 산업을 선도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여기어때, 배달의민족과 같은 업계 1위 기업들은 정보만 제공하던 초기 O2O(온·오프라인 연계) 기능을 넘어, 생활을 혁신하고 트렌드를 이끄는 단계까지 왔다. 이 같은 도전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사용자 편의를 증진 시킨다. 다녀온 사람만 남기는 숙박 이용후기 '리얼리뷰', 객실을 360도로 감상하는 'VR객실정보'는 여기어때가 업계서 처음으로 선보였고, 최근 다른 숙박앱들이 뒤따라 유사기능을 도입하면서 투명한 숙박정보 문화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있다. 소비자는 편리해지고, 산업은 빠르게 성숙하며 확장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문지형 여기어때 CCO(최고홍보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