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및 역량 중심 입사지원서로 개편, 블라인드 면접 시행외국어 능통자, IT 전공자 등 글로벌·디지털 인재 확보 주력
  • ▲ 1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1관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모습. ⓒ 뉴데일리
    ▲ 1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1관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모습. ⓒ 뉴데일리

하반기 채용을 진행 중인 은행권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학벌과 자격증 등 낡은 관습 대신 열정과 전문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에 나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늘부터 서류 접수를 마감하는 신한은행을 비롯한 5대 시중은행들의 하반기 채용 규모가 2000여명에 다다를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채용문을 굳게 걸었던 은행들이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발맞춰 채용 규모를 확 키웠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취업 준비생들의 은행 입사 관심도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다.

금융권이 합심해 마련한 공동 채용 박람회를 찾은 이들만 7000여명에 달하는 등 은행 취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은행들도 이번 채용을 기회삼아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핀테크와 디지털 금융 등 은행 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열정과 전문성을 갖춘 이들을 신입행원으로 맞아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에 시중은행들이 학벌이나 스펙, 자격증 위주로 신입직원을 뽑던 낡은 관습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채용 기조를 제시하고 나섰다.

올해 가장 먼저 하반기 채용 계획을 밝힌 우리은행은 이번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력·연령·자격증·어학 점수 등 기존 지원 자격요건을 모두 없앴다. 

대신 러시아·포르투칼·아랍·베트남·말레이시아·미얀마·인도네시아·인도·캄보디아·독일·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의 언어에 능통한 자를 우대하기로 했다. 

최근 글로벌 영토 넓이기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은행에 적합한 인재를 뽑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IT 전공, 공모전 수상이나 스타트업 창업 경험도 높이 우대한다고 밝혔다. 

위비플랫폼을 주력 금융 서비스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분야 인재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신한은행은 위성호 행장의 '업의 재정의(Redefine)' 기조를 채용 문화에도 적용해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신한은행은 이번 채용에서 경력직원을 뽑듯 신입 행원에게도 맞춤형 채용 전형을 도입키로 했다. 

디지털/빅데이터·글로벌·IT·IB/자금운용/리스크·기업금융/WM·개인금융 등 6개 분야를 나누고 해당분야에 적합한 채용 전형으로 신입 행원을 뽑을 계획이다 .

입사원서도 직무와 관련없는 항목은 모두 삭제하고 분야별 업무와 관련된 역량과 경험 위주로 서술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등 실질적인 직무 역량에 무게를 두고 채용을 진행할 방침이다.

KE하나은행도 입사 지원 서류 제출부터 마지막 임원 면접까지 모두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한다. 자격증이나 외국어 시험 점수 기재란을 과감히 삭제하고 지원자 역량 검증에 총력을 다할계획이다.

새로운 채용 지원 방식을 선보인 은행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부터 '찾아가는 현장면접'을 도입하고 지역의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자 부산과 대전, 전남, 충북을 직접 방문하고 나섰다. 

기업은행 역시 하반기 채용 공고를 앞두고 지난 7월 스펙초월 전형인 '4분 PR'을 선보인 바 있다. 

지원자의 강점과 도전, 잠재력 등을 자유롭게 홍보해 선발된 이들에게 입사 지원 서류 전형 면제 혜택을 제공했다.

업계에서는 은행권 채용 기조 변화가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은행 영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인 채용절차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은행들 역시 지원자에게 직무 선택 기회를 주거나 온라인 기반 영상 인터뷰 등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중이다. 

최근 과도한 업무 강도를 견디지 못한 젊은 인재들의 이탈로 직원 근속 연수가 점점 짧아지고 있고, 타 회사들과 인재 채용 경쟁 심화로 인해 은행들의 장기 경쟁력 손실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지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해외 금융사 뿐만 아니라 국내 은행들도 글로벌과 디지털 환경에 맞는 인재발굴을 위해 신입사원 채용방식에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인재 확보에 그치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