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건설사, 7~9월 7곳·2조원가량 수주'단군 이래 최대' 반포주공1 등 5조원가량 남아'수주절벽' 대비용… '승자의 저주'도 우려
  • ▲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 DB
    ▲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 DB


    총 10조원 규모 강남권 재건축사업이 5부 능선을 넘어섰다. 하반기 들어 현재까지 7건·2조원가량의 수주가 진행됐으며, 금액 기준으로 이보다 2배가 넘는 규모의 사업이 남아있다. 국내외 수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점이 가열되는 강남 재건축 수주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때문에 건설사 스스로가 자칫 제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강남권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재건축 단지는 모두 15곳으로, 현재 7곳이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했다. 7곳의 사업예정금액은 총 2조996억원대에 달한다.

    금액 기준으로는 강남구 '일원대우(530억원)'와 서초구 '방배5구역(7492억원)'을 수주하며 8022억원의 수주고를 올린 현대건설이 독보적으로 앞서 있다.

    이어 △GS건설 5753억원(서초구 '방배13구역') △대림산업 3233억원(서초구 '신동아') △대우건설 2370억원(서초구 '신반포15차') △롯데건설 1618억원(서초구 '신반포13·14차') 등이 뒤를 이었다.

    여기에 연내 강남권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재건축 사업지 규모는 총 7조원가량으로, 올 상반기 10대 건설사가 수주한 도시정비사업 전체 규모인 6조4500억원을 뛰어넘는다.

    오는 20일에는 서초구 '반포현대' 재건축 시공사 입찰이 있다. 8월 한 달 간 총 세 차례 시공사선정총회를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돼 수의계약 체제로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반포동 30-15번지 반포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앞선 현장설명회에 5개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공식적으로 입찰 참여를 발표한 곳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대우건설이 고려 중이라는 소문만 있는 상태다.

    22일에는 송파구 '미성·크로바' 재건축 시공사 입찰이 있다. 이곳은 잠실역 인근 미성아파트(1230가구)와 크로바맨션(120가구)을 묶어 통합 재건축하는 사업지다. 롯데건설과 GS건설이 시공권을 놓고 경쟁 중이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예정금액은 약 4696억원이다. 시공사선정총회는 다음달 11일에 열릴 예정이다.

    같은 날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일원' 재건축 현장설명회가 있다. 본 사업은 1265가구 규모로, GS건설과 대림산업이 수주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마감일은 11월7일이며 총 공사금액은 약 2462억원이다.

    27일에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의 시공사가 결정된다. 지난 4일 마감된 입찰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 두 곳이 참여했다. 이 단지는 5388가구가 조성되는 매머드급 사업으로, 공사비만 2조641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달 15일에는 서초구 '한신4지구'의 시공사가 결정된다. 앞서 진행된 현장설명회에서는 9개사가 참여했는데, 최종 입찰에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만 참여해 2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단지는 총 3685가구 규모로, 공사비는 9354억원이다.

    이밖에 서초구 '신반포22차(511억원)'·'신반포4차(5160억원)', 강남구 '쌍용1·2차' 등이 시공사 선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재건축 수주전에 치열하게 나서고 있는 최대 원인은 '일감 부족'이 꼽힌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강화와 내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 주택시장 전망이 부정적인 가운데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해외건설 발주 여건에다 정부가 내년 SOC 예산을 20%나 줄이면서 수주절벽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신도시 개발 역시 공공택지지구 지정 중단으로 주택을 지을 땅도 고갈된 상태다.

    실제로 올 상반기 국내 대형건설사 '빅 5'의 해외수주액은 6조890억원으로, 지난해 10조5114억원의 60%도 안 되는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연초 목표로 했던 해외신규수주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규제 기조가 뚜렷한 만큼 강남권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수익성 증가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건설사들 간의 출혈 경쟁이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사업의 경우 집값 하락에 대한 리스크가 낮고 사업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여기에 내년 초과이익환수제 부활로 재건축 사업이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 전에 '알짜배기' 사업장을 확보해 먹거리를 채워두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만 정부가 지속적인 규제 시그널을 주고 있어 향후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출혈경쟁도 마다 않는 과열된 수주전이 벌어지다보니 재정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수익성 보장이 주택품질 저하로 이어진다거나 추가부담금을 요구해 법정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