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선박유 황산화물 함유기준 3.5%->0.5%로 강화해양진흥공사 내년 6월 출범... "늦었지만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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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환경 규제가 적용되는 2020년, 국내 해운업계가 전화위복 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20일 국내 최대 컨테이너사인 현대상선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가 오는 2020년부터 시행하는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국내 해운업계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선대 500척 이상을 가진 세계 1~5위 선사에 비해 선박의 규모가 작아 규제에 의해 발생하는 설치·교체 비용에서 절감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는 것이다.

IMO는 2020년부터 선박유의 황산화물 함유기준을 3.5%에서 0.5%까지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선박 연료에 사용되던 벙커C유가 배기가스 배출량이 높아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사들은 기존에 쓰던 값싼 벙커C유 대신 질 좋은 기름으로 바꾸거나 황산화물 배출을 감소시켜주는 일종의 정화기인 '스크러버'를 달아야 한다. 배를 아예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있다. 이에 각 선사도 배의 수명과 효율성 등을 고려한 다음 적합한 방법을 중복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크러버의 설치 비용은 최소 70억~1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름을 교체하려면 기존보다 최소 1.5배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선박에 기름을 한번 넣기 위해 40억~50억이 들어간다고 가정했을 때, 기름을 교체한다는 건 선사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은 이번 규제로 인한 리스크 부담이 적은 편이다. 지난달 말 기준 현대상선 선대는 총 99척이다. 이 중 80%가 용선이고 나머지 20%가 사선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용선의 경우, 환경규제로 인한 비용 부담을 모두 선사가 부담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현대상선의 부담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 1위 글로벌 선사인 머스크의 선대는 총 611척으로 사선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사선만 스크러버를 교체한다고 했을 때에도 대략 2조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번 규제로 인해 선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데, (우리는) 선박이 많지 않아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새롭게 적용되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사들과 협력해 스크러버 설치 등 여러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도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강화한 규제에 대응해 조선·해운업계의 모든 지혜와 기술을 모아 새로운 유형의 선박이 나오길 기대한다"면서 "2020년에 선박을 투입하려면 내년 중반까지는 준비를 끝내야 한다"며 규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해양진흥공사 내년 6월 출범... "늦었지만 다행"

정부도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10월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다음주부터 내년 6월 목표로 출범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해운산업은 타 산업과 달리 국가 기간산업으로 국가경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 정부가 늦게나마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는 아쉬운 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 이후 2년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정부의 본격적인 지원이 시작된다"며 "글로벌 선사를 따라가기에는 이미 시기가 늦어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현대상선은 글로벌 경영 컨설팅회사 AT커니의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100만 TEU 규모로 선대를 키우기 위해서는 앞으로 10조원 가량의 자금이 추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산업은행에 제출한 바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형진 센터장은 "현대상선을 글로벌 선사로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1~2년 단기적 성과로 판단하지 말고 꾸준히 장기적으로 보고 가야한다"며 "우리나라의 정부, 금융기관, 화주들이 국적선사의 생명을 적당히 연장하는 소극적인 지원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금융, 세제, 화물지원, 관련 물류시설 확보 등 최대한의 신속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