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식학회, 불법장기매매 급감 현황 입증…궁극적으로 낮은 장기기증률 높일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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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이후 해외에서 원정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가 급감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의료계는 '불법 장기수술국' 오명을 쓰고 있던 한국의 해외 장기매매가 줄어들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궁극적인 정책 개선을 통한 장기이식률을 제고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상황은 재현될 것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최초 통계, 2005년 정점찍다 감소세…장기이식 관광국 오명 탈피

    세계이식학회의 국제학술지 '이식'(Transplantation)은 대한이식학회가 진행한 한국인 중 외국에서 수술받은 장기이식 환자 통계에 관한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장기이식 환자 관리병원 42곳을 조사한 결과 국내에서 이식 수술을 받은 적 없지만 이식 후 면역 치료를 받고 있는 콩팥·간 이식 환자가 2000∼2016년 220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외국에서 불법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들의 통계로, 이 기간 국내에서 합법적인 장기이식수술 환자(1만1336명)의 19.5% 수준이다. 국가별로 보면 장기이식을 중국에서 받은 환자가 2147명(97.3%)으로 절대적으로 많았다.


    원정 장기이식 환자는 2005년 50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 2014년 25명, 2015년 9명, 지난해 1명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의료진들은 한국인의 해외 장기이식 환자 통계로 '장기이식 관광국'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초 네덜란드 연구진은 우리나라가 중국 내 장기 밀매로 대표되는 장기이식 관광국이라고 지목했다. 미국이식학회지에 실린 해당 연구에서 장기 적출 공여자 4244명 중 2700명(63.6%)은 중국인이었고, 한국은 원정 장기이식 여행자가 두 번째로 많은 국가로 언급됐다. '장기이식 관광국' 오명을 공식화한 국제 논문이었다.


    대한이식학회 이식정책지원협의회 권오정 위원장(한양대병원 외과)은 "지난해부터 세계보건기구와 세계이식학회에서 우리나라를 불법 장기이식수술을 많이받는 주의 깊게 봤다"면서 "한국인 최초 통계 논문은 장기이식 관광국 오명을 벗는 의도이자 반성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2005년 이후 한국인 해외 장기이식수술 건수가 줄어든 배경으로는  국내 장기기증률 증가, 장기적출 최대공여자 국가인 중국의 통제강화 등으로 분석된다.


    권오정 위원장은 "정부와 의료계, 사회 각계 홍보 노력 등을 통해 100만명당 장기기증률이 10년전 3.5명에서 지난해 9.96명으로 늘었다"면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부터 시작된 중국 내 단속 강화정책 등도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지원 통한 지속적인 장기기증률 제고 '필수'


    한국인의 불법 장기이식수술의 수치는 줄고 있지만 장기기증율이 지속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국내 이식 대기자는 3만286명이었지만 실제 이식 수술은 4658건으로 충족률이 15.4%에 불과했다. 국민 수·국력 등 면에서 자주 비교 거론되는 스페인의 100만명당 장기기증률은 40명, 우리나라의 4배에 달한다.


    대한이식학회 안형준 이사(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는 "불법 장기이식수술이 근본적으로 없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장기기증률은 높아졌지만 수요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조금이라도 장기기증률이 줄어드면 다시 장기매매는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의 고통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목격하는 의료계는 장기기증률을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펴고 있다.


    대한이식학회는 '생명잇기'라는 NGO단체를 마련해 학회 소속 의사들이 직접 국제 로타리클럽 등에 속한 리딩그룹과 중고등학교 교사 및 학생들에게 장기기증 인식을 위한 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중환자실 관련 의료진들에 대한 교육활동 역시도 학회가 집중하는 영역이다. 내후년 있을 전세계 이식인들이 모인 체육대회를 학회가 주축이 돼 유치해 준비 중에 있다. 비용은 오롯이 학회 회원 회비와 기금마련을 통해 충당한다.


    의료계는 장기기증률 제고를 위한 다각도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형준 이사는 "장기기증은 사회적으로 큰 선물"이라면서 "스페인은 기념공원 조성 등 이들의 노고를 기리는 정책이 굉장히 잘돼있지만 우리는 장례식비 지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보 역시 다양한 NGO단체를 통해 사회에 맡겨진 부분이 있다"면서 "센터에서 이를 효율적으로 이끌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정 위원장도 "법규정, 시스템, 홍보 삼각축이 조화로워야 장기기증 문화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면서 "그간 의료계는 수없이 제도 개선을 요구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취지에 공감하는 것 이상의 실행력이 담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