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제도적 근거 없어 투자사기, 해킹 등 부작용 초래'가상화폐 규제법' 발의로 물꼬 텄지만 '장기전' 불가피
  • 글로벌 경제의 르네상스를 불러올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정보화시대로 접어든지 불과 40여년에 만에 신성장동력이 시급한 글로벌 경제 상황과 맞물리며 새로운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첨단 기술의 융합과 연결성은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바꾸는 것은 물론 삶의 질을 높이는 등 그동안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중장기 방향성과 미래 비전을 제시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올 긍정적 변화와 현실을 짚어보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 ▲ ⓒGetty Images Bank
    ▲ ⓒGetty Images Bank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금융권에선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매일 거래되는 가상화폐 대금이 조 단위를 기록하면서 코스닥시장 규모를 뛰어넘는 등 투자자 관심이 급증하는 모양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거래규모가 전체 주식시장을 훌쩍 넘을 날이 곧 올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상화폐 투자자들에 대한 안전장치 및 규제는 미흡한 게 현실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도 각양각색

    디지털 화폐, 암호화 화폐로 불리는 가상화폐는 컴퓨터 등에 정보 형태로 남아 실물 없이 사이버상으로만 거래되는 전자화폐의 일종이다.

    가상화폐의 종류 중 가장 먼저 성공한 것은 비트코인이다. 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이 호황을 이룬 후 이더리움 등 다른 화폐도 속속 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거래 가능한 가상화폐는 9월 기준 총 1098개로 시가총액은 1668억 달러에 달한다. 시가총액 상위 1~10위가 전체의 86.4% 차지하며 비트코인 45.8%, 이더리움 20.1% 등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비트코인은 2015년부터 2년 동안 1조9172억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비트코인 가격 역시 2009년 개발 초기 0.08센트에 불과했지만 2011년 2월 1.09달러로 상승했다. 이후 올해 8월에는 4634달러까지 폭등했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장점은 이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고 안전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고 수수료가 거의 없다.

    거래에 대해 국경과 휴일, 국가 간의 환율, 거래제한 한도 등에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고객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단, 가상화폐를 얻는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투기성 자금이 쏠려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 ▲ ⓒ국제금융센터
    ▲ ⓒ국제금융센터

    ◆국내 은행권 가상화폐 시장은 '아직'…우리·신한·농협銀 시동

    가상화폐가 세계적으로 상용화 되는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신한, 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만 가상화폐 시장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과 제휴를 맺고 가상계좌를 발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가상화폐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도 개발하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용 API 다섯 가지 기술 개발에 착수, 다음 달에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금융감독원에 비조치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개인간 거래(P2P) 자금관리 서비스 등 핀테크와 관련된 API 83개를 개발 완료, 가상통화 거래소가 정부 요건을 맞출 수 있는 가상화폐 API 5종을 내달 공개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간편 결제나 해외 송금 등 은행의 주요 영역에 핀테크 기업이 진입하면 은행은 단순 조회 등 일부분의 API만 제공하거나 일방으로 정보 서비스만 제공했다. 이번 가상통화 API에는 지급 결제부터 보안 요건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담은 것이다.

    우리은행은 디지털화폐 발행도 추진한다. 우리은행이 발행할 화폐는 기존과 달리 허가가 한정된 사용자만 발굴 및 사용이 가능하고 가격 변동성도 없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디지털 화폐 발행과 사용 및 충전에 대해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반면 국민은행은 범죄 위험을 우려해 가상화폐 거래를 중단한 바 있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관련 사업에 소극적이던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화폐 법률규정 無…투기·투자사기 및 해킹 '활활'

    국내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제도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부작용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현재는 전자금융거래법 2조 15호에서 전자화폐의 정의와 요건만 규정하고 있을 뿐 가상화폐에 관한 법률규정이 전혀 없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투자자를 보호해 줄 권리는 없다.

    특히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고 투기성이 강한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또 수많은 해커들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해커들이 '워너크라이' 랜섬웨어를 퍼트려 감염시키고 해킹 복구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바 있다.

국내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이 해킹을 당해 많은 회원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비트코인을 이용한 사기가 크게 늘어나고 불법 밀거래를 위한 돈 세탁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행각으로 약 370억원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투자자가 늘면서 이를 이용해 고수익의 위험한 투자행위를 유도하는 앱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7월 가상화폐 규제를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가상통화 법제화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박 의원이 발의한 규제법은 가상화폐의 거래 등 관련 영업활동 시 인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과 가상화폐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방안이 추진된다.

박용진 의원은 "최근 가상화폐 거래급증에도 국내에 관련 법규가 없어 정의는 물론 관련된 행위 전반이 법적 테두리밖에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주요 선진국 등은 법적인 정비가 마무리된 곳도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늦지 않게 법적 제도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의 법안 발의로 가상화폐에 대한 법제화는 물꼬를 텄지만 현실화되기까지는 장시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황수영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가상화폐 등장으로 가장 큰 수혜자는 소비자다. 투자자 보호 등 가상화폐 시장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가상화폐를 활용한 해외송금 시 테러 및 자금세탁 등 불법적인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원 확인절차 등 대응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