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박원오-김종' 증인 신청에, 특검 '반대 의견' 내며 설전 연출재판부 "박 전 대통령-최씨 공범관계, 차후 채택여부 결정키로"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1심에서 실형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이 28일 마무리됐다. 출석 의무가 없는 이재용 부회장 등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준비기일도 예상과 달리 한 차례로 종료됐다. 정식 재판은 추석 연휴가 끝난 내달 12일 열린다.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세 차례의 공판 기일을 열어 양측의 항소이유를 정리하기로 했다. 양측이 주장하는 항소쟁점이 복잡하고 항소이유서가 방대한 만큼 항소 쟁점을 정리한 뒤 서증조사와 증인신문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준비기일은 절차에 맞춰 ▲진술거부권의 고지 ▲인정신문 ▲쟁점의 정리 ▲증거에 관한 정리 ▲증거조사기일의 지정 등이 다뤄졌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재판부의 진행에 맞춰 의견을 조율했다. 별도의 프리젠테이션이나 입장 정리는 없었으며 재판 진행과 일정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증인신문 등 재판 계획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신경전이 벌어졌다. 특히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대한 변호인단의 증인신청에 특검이 반대의견을 내면서 설전이 연출됐다.

    특검팀 박주성 검사는 "박씨와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장시간 신문이 이뤄졌으며, 뇌물 수수자인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에서도 이미 신문을 진행한 바 있다"며 "추가 신문도 예상돼 있는 상황에서 항소심에서까지 증인신문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 권순익 변호사는 "1심에서 김 전 차관, 박씨 증인신문이 진행된 것은 사실이지만 특검이 저녁 8시까지 이르는 장시간의 주신문을 진행하면서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변호인은 저녁 식사 시간 이후 잠깐 신문을 하는 등 제대로 된 변론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증인신문이 진행되기도 전에 증언의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데 그런 논리가 성립하는지 의문"이라며 "증언의 가치는 신문을 진행한 뒤 재판부가 판단할 것"이라 꼬집었다.

    재판부의 제지로 설전은 마무리됐지만 박씨와 김 전 차관의 증인 채택은 보류됐다. 이들이 박 전 대통령, 최씨와 공범관계로 엮인 만큼 차후 채택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항소심은 사실심리와 증거조사가 폭넓게 이뤄지는 1심과 달리 새로운 증거 신청이나 사실조사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재판부가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 10명 가운데 6명을 거부한 것도 같은 배경 때문이다.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는 ▲1심 재판에서 증인신청을 하지 않은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고 증인신문으로 인해 소송을 현저하게 지연시키지 않는 경우 ▲1심에서 이미 신문한 증인은 새로운 증거가 발견돼 부득이 다시 신문할 필요가 있는 경우 ▲항소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증인 및 증거신청을 허가한다. 

    이는 1심에서 다뤄지지 않은 분명한 이유가 발견되거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될 경우에 한해 새로운 사실조사는 진행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검이 증인채택에 반대하면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조항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부정한 청탁과 마필 소유권 이전 등 공방 쟁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심에서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 것은 사실이지만, 제대로 된 변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해 해당 쟁점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항변이다.

    더욱이 입증책임이 있는 특검과 달리 피고인은 무죄 입증에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신문은 적법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여기에 김 전 차관과 박씨의 1심 증인신문이 허위진술과 입장변화로 얼룩진 상황에서 유죄의 근거가 된 마필 지원 등에 대한 사실확인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따라붙었다.

    실제 지난 5월 열린 이 부회장의 21차 공판에 출석한 박씨는 최씨의 영향력, 최씨와 딸 정유라의 관계 등을 확인했을 뿐 삼성의 대가성 승마지원과 관련된 내용에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증언만 되풀이했다. 

    7월 열린 37차 공판에 출석한 김 전 차관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허위로 진술했다'고 증언하는 등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으로 검찰 조사의 신빙성에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혼동했다' '짐작해 답했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등 일관성 없는 증언으로 증인신문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판부는 증거조사절차에 들어가기에 앞서 1심의 증거관계와 증거조사결과의 요지를 고지할 의무가 있다. 증거조사 이전에 이들에 대한 증인채택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재판부가 형사소송규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