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간 실마리 풀지 못하고 제자리 맴도는 임금협상 갈등노조 내 여론 변화 추세, 한 발씩 양보해야

  •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사측의 임금협상 갈등이 2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임금협상안을 놓고 노사간 지루한 공방이 지속되자, 이에 회의감을 느낀 조종사 노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지난 28일 추석연휴(10월 1일부터 7일까지) 파업을 앞두고 노조원 투표를 벌인 결과, 파업 찬성 52%, 파업 유보 48%로 집계됐다. 투표는 이달 13일부터 27일까지 14일간 진행됐다.

    강성 분위기였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내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노조는 지난 2015년 회사와의 임금협상 결렬 이후 쟁의행위를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87.8%의 찬성표를 얻은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조종사 노조는 파업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강력히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수년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임금협상안이 표류하면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내부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사실상 파업을 통해 사측을 압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절반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국내 항공산업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됨에 따라 노조원의 집단 파업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필수공익사업장은 파업 기간에도 국제선 80%, 국내선 50% 등을 유지해야만 한다.

    현재 조종사 노조 측은 2015년 임금인상 4%, 퇴직금 1% 누진제, 2016년 임금인상 7%, 상여 인상 1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은 2015년 임금인상 1.9%, 2016년 임금 3.2% 인상, 보안수당 일부 인상 등을 노조 측에 제시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더욱 다급한 것은 조종사 노조 측이다. 임금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으면서 대한항공을 떠나는 조종사들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외국인 조종사를 수급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 인력 이탈에 대응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외국인 조종사는 15.1% 수준까지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원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파업 압박 카드, 퇴사 등 노조원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회사는 좀처럼 타격을 입지 않는 탓이다.

    결국 오는 10월1일부터 예고됐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은 내부 반대 의견이 많아 유보됐다. 노조는 추석 이후 사측과의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조종사의 연봉은 평균 1억4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들이 고급 인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근로자들과 비교하면 고액임에 틀림 없다.

    국내 항공시장은 최근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급성장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FSC)의 입지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또 중국과의 사드 갈등으로 중국 수요까지 급격히 줄어들며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지금은 막무가내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떼쓰기'를 할 때가 아니다. 노조는 '귀족노조'라는 부적절한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자신들의 일자리인 회사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