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상대 中·日 세일즈 외교 한발 앞서

말련~싱가폴 고속철 수주 이대로 포기하나…정부 막후 지원 절실

북핵 등 국내외 악재 겹쳐 시름… 12월 수주전 뒷심 발휘해야
추정 사업비 120억 달러 초대형 프로젝트… 시진핑·아베 독려

임정환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10.05 08: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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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건설사업 MOU.ⓒ연합뉴스


추정 사업비 120억 달러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건설사업'(이하 말~싱사업)의 본격적인 수주전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한·중·일 3국이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의 막후 지원이 실종된 상태나 마찬가지여서 고전이 예상된다.

5일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의 발주처협의체가 지난달 26~27일 이틀간 영국에서 말~싱사업 참여 희망자를 대상으로 제2차 입찰설명회(인더스트리 브리핑)를 열었다.

발주처협의체는 이번에도 설명회 참가자에게 비밀 유지 각서를 받는 등 보안에 신경을 써 입찰 관련 자세한 내용은 알려진 게 별로 없다. 다만 이번 입찰설명회에서는 사업 참여 희망자들의 의견 수렴과 함께 입찰 자격 제한 등의 다소 민감한 내용을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입찰설명회 장소가 영국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오는 12월5일 제시될 상부(궤도·시스템·차량) 사업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마련하는 컨설팅용역회사가 영국업체인 JDP사이기 때문이다.

RFP를 내놓기 70일 전에 용역업체가 있는 영국 현지에서 열린 입찰설명회인 만큼 사업 참여 희망자가 주목할 만한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말~싱사업은 말레이시아 구간 300㎞와 싱가포르 구간 30㎞를 고속철로 잇는 민관협력사업이다. 추정 사업비 120억 달러쯤의 대형 건설 프로젝트다.

발주처협의체가 오는 12월 RFP를 제시하고 입찰을 공고하면 본격적인 수주전에 돌입하게 된다. 현재까지는 한·중·일 3국이 수주전에 뛰어든 양상이다.

중국은 자금력, 일본은 기술력을 앞세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워 추격에 나서고 있다. 한마디로 샌드위치 신세다.

말~싱사업은 경쟁국 정상들이 앞다퉈 경제외교를 펼치고 있어 더 주목받는다. 과거 대형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 간 빅딜(맞교환)이 최종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 사례가 적지 않다.

중국은 그동안 시진핑 국가주석이 각종 국제행사에서 수시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를 만나왔다.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전통적인 우방국으로 분류된다.

일본도 아베 신조 총리가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는 등 지원사격에 열심이다.

반면 고속철 수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정부 차원의 측면지원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에서 강호인 국토부 장관(5월)과 최정호 제2차관(11월)이 각각 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방문했던 게 전부인 수준이다.

지난해는 최순실 국정 농단 여파로 시국이 혼란해 더는 정부 차원의 막후 교섭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말레이시아에 마련한 한국철도 홍보관.ⓒ철도시설공단 블로그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적으로 여러 악재가 잇따라 사업단으로선 지원부대 없이 고전하는 형국이다.

국토부의 경우 김현미 장관이 국외출장이 예정됐던 지난달 19일 당일 해외 건설 수주지원 일정을 취소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김 장관은 이날부터 오만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문 정부 들어 첫 해외 수주지원 활동을 펼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회의원직을 겸하고 있다 보니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이 발목을 잡아 청와대로부터 해외출장을 접고 국회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는 처지가 됐다.

국토부는 그동안 말~싱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장관급 이상의 현지 방문계획 등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지원계획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오는 11일부터 3박4일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교통장관회의에 제2차관이 참석할 예정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나) 발주처국가 관계자와 면담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이지도 않은 뒷북 지원에, 중국·일본은 정상이 직접 나서 경제외교를 벌이는 점을 고려할 때 지원 수준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외적으로도 북핵·미사일 위협 등이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해외 수주지원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RFP가 나와도 제안서 작성에 보통 6개월이 걸리므로 뒷심을 발휘할 시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입찰이 다가올수록 우리나라가 수주전에서 힘이 빠지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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