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국감 시작… 사회공헌기금 조성 이행 추궁할 듯입찰제한 해제로 실적 개선 불구… 기금 조성 2% 그쳐"솜방망이처벌 때문… 보다 강력한 입찰담합 제재 필요"
  • ▲ 2015년 8월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약속한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 ⓒ뉴시스
    ▲ 2015년 8월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약속한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 ⓒ뉴시스


    "건설업이 무너지면 산업이 통째로 무너진다는 말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업황이 어렵다고 예산 감축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약속부터 지키는 게 우선이 아닐까요."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건설업계에서는 SOC예산 감축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민단체 등은 건설업계가 스스로 약속했던 기금 마련부터 먼저 이행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일부터 국회 국토교토위원회 국감이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당초 약속한 2000억원 규모 사회복지재단 출연금이 이행되지 않고 있어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민홍철 의원실 관계자는 "4대강 사업 담합 건설사들이 2015년 특별사면을 받은 이후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당시 과징금이 많았던 8개 건설사 CEO와 유주현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이사장 등 9명의 증인채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민홍철 의원실 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회공헌재단 모금 관련 2~3곳의 건설사 CEO에 대한 증인채택을 신청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총 2000여개의 건설업체에 대한 공공공사 입찰제한 조치를 풀어줬다. 특히 4대강 사업 등 '짬짜미'로 공공공사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조치를 받은 대형건설사들도 제재가 사라졌다.

    당시 사면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10대 건설사를 비롯한 72개 건설기업은 그 해 8월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대한건설협회를 중심으로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을 세워 총 2000억원 규모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공정경쟁과 준법경영 실천을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부금 조성 약속은 2년이 넘어서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강훈식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5년 8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각 건설사들이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에 출연한 기금은 전체 모금액의 2.3% 수준인 47억1000만원에 불과했다.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이 각 10억원을 냈고, 포스코건설·GS건설·대림산업은 3억원, 롯데건설·SK건설·현대산업개발은 2억원을 냈다. 납부시점도 특별사면이 이뤄진 2015년에 한 번씩만 냈다. 이후 지난해 8월 삼보종합건설이 1000만원을 낸 뒤로 기금 출연 실적은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2년간 국감 때마다 거론됐지만 건설사들은 해외사업 부진 등으로 경영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고, 우리도 어느 정도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와 재작년 실적이 워낙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건설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이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반기보고서를 분석(건설 외 부문 제외)한 결과 이들의 상반기 매출액은 모두 39조947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8조2159억원에 비해 4.5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1575억원에서 2조2891억원으로 97.7% 증가했다.

    게다가 특사로 입찰참가 제한이 풀린 74개 건설사들이 2015년 8월부터 지난 5월 말까지 수주한 공공공사 총액은 모두 2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회적 비판이 거셌다. 여기에 일부 건설사의 경우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온상이었던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기금을 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결국 담합 행위에 대한 반성 없이 단순히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쇼'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강훈식 의원은 "건설업체들이 4대강 의혹 때문에 재판받다가 대통령 사면 복권 시기에 맞춰서 건설기금을 만들고, 뭔가 새로운 문화를 조성하는 것처럼 약속했다"며 "그런데 말은 해놓고 집행을 하지 않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행태'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지적도 거세지고 있다. 약한 처벌로 담합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이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만큼 실질적 부담을 느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통해 양형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입찰담합이 반복되는 것은 결국 제재 효과가 없다는 얘기"라며 "건설사가 무서워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건설업계가 SOC 예산 축소와 관련,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감에서도 SOC 예산 문제가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SOC 예산을 올해보다 20% 삭감한 17조7000억원으로 편성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4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적은 금액이자 연간 삭감 폭(4조4000억원)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국토부 소관 SOC 예산은 올해 19조576억원에서 내년 14조6977억원으로 22.9% 줄어들었다.

    정부는 SOC 기반이 대부분 구축됐다는 이유로 투자효율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SOC 예산을 축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취임 100일 건설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외형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강조하면서 SOC 예산을 늘릴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확인했다.

    반면 건설 전문가들은 이번 SOC예산 축소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0.25%p 하락시키고 최대 6만2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등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건설산업연구원 측은 "정부의 SOC예산 축소는 경제성장률을 하락시켜 국내 경제의 저상장 고착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특히 건설 산업의 경우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대다수의 피고용자가 단순노무직이거나 현장기능직인 관계로 사회취약계층인 저소득층 근로자에 대한 일자리 감소 효과가 커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건설협회도 이와 관련 오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SOC 투자 정상화를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