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30일 부재자 투표 진행, 총 조합원 1412명 중 1020명 참여조합원 대부분 마음 정한 듯… 시공사 선정 총회 앞두고 분위기 '조용'

  • 서울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단지 재건축 시공사선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수주전은 GS건설과 롯데건설 양자구도로 진행된다. 특히 양사는 오는 15일 한신4지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서도 맞붙을 예정으로 이번 수주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잠실이 텃밭인 롯데건설은 롯데월드타워와 연계한 '롯데타운' 완성을 목표로, GS건설은 잠실에 첫 '자이' 깃발을 꽂겠다는 일념으로 수주전에 임해오고 있다. 지난 9일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 현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 9일 오후 우뚝 솟은 123층 롯데월드타워를 지나 송파구청사거리 바로 초입에 2개동으로 구성된 크로바아파트와 9개동으로 구성된 미성아파트가 시야에 들어왔다.


    상가건물 곳곳에 붙은 GS건설과 롯데건설의 홍보현수막과 포스터가 이곳이 시공사선정 총회를 앞둔 재건축 단지임을 설명하고 있었다. 추석연휴의 마지막 날인 탓인지 단지 내 분위기는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다.


    가족단위로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이 북적이는 롯데월드타워 인근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송파구청사거리 인근 복권판매점 관계자는 "연휴가 길어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면서 "추석연휴 앞두고 지난달 부재자 투표를 진행했다. 나는 조합원이 아니지만 투표율이 꽤 높았다고 들었다. 이는 조합원들이 마음을 정했다는 소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미성·크로바 단지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 간 시공사선정 부재자 투표를 진행했다. 현장투표는 오는 11일 진행되지만 평일인 점을 고려, 조합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부재자 투표기간을 넉넉히 잡았다는 설명이다.


    부재자 투표의 중요성은 지난달 진행된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선정에서 확인된 바 있다. 시공사선정 하루 앞서 실시된 부재자 투표에서 총 조합원 2294명 중 1893명이 참여해 무려 82.5% 투표율을 기록, 일찌감치 마음을 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잠실 미성·크로바 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총 조합원 1412명 중 1020명이 부재자 투표에 참여해 72.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과거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 당시 업계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초박빙을 예상하고 현장투표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장 투표자는 301명에 불과했고, 승패는 이미 부재자 투표에서 갈려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미성·크로바 역시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미성·크로바 단지의 경우 반포주공1단지와 비교했을 때 조합원 수가 적고, 부재자 투표에 참여한 1020명의 표가 초박빙이라면 나머지 조합원들의 현장 투표에서 승패가 갈릴 수 있다.

  • ▲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내건 임시총회 현수막 = 이보배 기자
    ▲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내건 임시총회 현수막 = 이보배 기자



    단지 인근 M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는 "GS건설이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잠실지역은 아무래도 '롯데'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사업제안을 살펴봐도 롯데건설은 인근 롯데월드타워,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을 활용해 조합원들의 환심을 샀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건설은 단지 바로 앞에 위치한 롯데월드몰과 연결되는 지하 무빙워크를 사업비 외에 자기자본을 들여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J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만 놓고 봤을 때 GS가 롯데보다 높기 때문에 입주 후 2~3년 내 아파트를 팔 생각이 있다면 GS를 선택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면서도 "실거주를 오래 할 목적이라면 롯데 상권에 기대를 걸고 미래가치 등을 감안해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S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반포주공1단지 수주 당시 상호 비방전을 본 조합원들의 생각이 달라지기도 했다"면서 "좋은 사업제안을 통해 선택받으면 될 일인데 반포주공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미성·크로바도 비방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양사 가운데 한 건설사가 이사비 지원과 함께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시 부담금을 지원해주겠다고 제안하자 경쟁사가 불법라고 지적해 무산됐고, 소위 '어깨'로 불리는 사람들이 단지 내에 배치해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인근 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들과 만남을 뒤로하고 2개동으로 구성된 크로바 아파트로 발걸음을 옮기자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해당 단지에 거주하지 않는 조합원들이 단지를 찾아오면 재건축조합 사무실로 안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는 그들은 자신들의 소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단지에서 만난 30대 후반의 한 남성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롯데건설 본사가 있는데 롯데에서 수주하고 하자라도 발견되면 그게 무슨 창피겠느냐"면서 "롯데월드타워 앞마당에 롯데건설 브랜드로 아파트를 짓는 만큼 책임감 있게 시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미성·크로바 단지 재건축 시공사선정 총회는 오는 11일 오후 7시 잠실 교통회관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