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진동 등 안전문제 도마 위
  • ▲ 답변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답변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1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는 공수가 바뀐 여야 의원들이 전 정권과 현 정권의 주택정책 효과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주택 후분양제 시행과 관련해 공공부문에서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소규모 취약시설에 대한 안전 조치, 수서발 고속철 SRT의 바퀴 기준 미달에 따른 탈선 우려 등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문제도 제기됐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토부 국감에서 여야 의원은 전·현 정부의 주택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의 간판 주거복지정책인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에 대해 맹공을 펼쳤다.

    안규백 의원은 뉴스테이를 보여주기 행정으로 규정하고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민에게 제공할 보금자리 부지를 중산층으로 전환했다"며 "화성 동탄2, 대구 금호, 김해 율하2 등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택지개발사업부지가 뉴스테이용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민홍철 의원은 "입주자 모집이 끝난 17개 뉴스테이 단지의 평균 보증금은 1억3600만원, 월 임대료는 48만원으로, 신혼부부와 청년, 무주택자가 부담하기엔 턱없이 높다"면서 "뉴스테이가 금리, 융자한도 혜택을 더 받고도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꼬집었다.

    박완수 의원은 "정부의 연간 공적임대주택 공급계획 17만 가구 중 실제 공공임대는 13만 가구이고 나머지는 실체가 불분명하다"며 "특히 건설임대는 7만 가구로, 이는 전 정부의 공급량과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성태 의원은 "(김 장관이) 여름휴가일 때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돼 장관이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운을 뗀 뒤 "김 장관은 다주택자에게 집을 빨리 팔라고 했으나 정부 고위 공직자도 다주택자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용기 의원도 "투기과열지구에 집이 있는 공무원도 많다"면서 "고위 공직자는 집을 많이 갖고 있으면서 국민 다수를 죄악시할 수는 없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다주택자에게 실제로 살 집이 아니면 임대로 등록하라는 것이지 무조건 집을 팔라는 뜻이 아니다"고 답했다.

    공공임대 공급물량과 관련해선 "건설임대뿐 아니라 전세·매입임대 등 다양한 형태의 임대를 많이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은 주택공급과 관련해 후분양제 도입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지난 6월과 8월 부동산대책이 나왔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공급 쪽에서 후분양제를 적극 검토하고 김 장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질의했다.

    정 의원은 "물건을 보고 사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상식"이라며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10년째 후분양제를 시행하는데 폭등하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킨다. 장관의 결단이 있다면 LH는 당장 도입이 가능한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같은 당 최경환, 윤영일 의원도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주택을 일정 공정수준 이상 지은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로, 부동산 구매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현행법은 대지 소유권 확보, 분양 보증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게 선분양을 허용한다.

    김 장관은 "LH가 하는 공공주택부문부터 후분양제를 도입할 수 있게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후분양제 장점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당장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기업과 소비자의 준비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면서 "공공부문에서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김 장관은 "민간부문은 후분양 하는 건설사에 대해 기금대출 조건을 개선해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는 등의 유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실한 안전 관리 대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국토부가 예산 33억원을 들여 확대 설치한 안개제거장치의 70%가 먹통이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최 의원은 "전국 14곳의 국도에 설치한 안개제거장치 70대 중 50대가 고장 나 방치되고 있고 기술개발업체는 2015년 4월 부도난 상태여서 유지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며 "장치가 고장 난 채 방치돼 예산 낭비는 물론 국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규백 의원은 전통시장이나 사회복지시설 중 안전에 취약한 소규모 취약시설에 대해 국토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안전불감증을 꼬집었다.

    안 의원은 "한국시설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소규모 취약시설 중 2014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안전 관련 미흡·불량 판정을 받은 시설물은 총 726개소로, 이 중 57.6%에 달하는 416개소는 전혀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며 "이들 시설에는 대구 서문시장, 일산시장, 김제 전통시장 등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곳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5·2016년 불량 판정을 받은 139개 시설 가운데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시설은 92개로 무려 66.2%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수서발 고속철 SRT의 안전문제를 거론했다.

    전 의원은 "SRT 열차 10편을 대상으로 정밀 측정한 결과 바퀴 4개로 구성된 130세트 가운데 35군데가 기준 미달이고, 탈선이 우려되는 수치인 0.4를 초과한 경우도 4군데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경사도가 0.4 이상이면 초고속 운행 때 탈선을 일으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더 큰 문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행태로, 비용정산이 뜻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SRT의 차량바퀴 삭정에 대해 특별정비를 보류하겠다고 협박하는 만행을 보인다"며 "안전한 철도를 위해 두 기관의 갈등을 끝내고 책임 있는 유지보수 업무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