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관광객 300만명 유치 장밋빛 청사진… 시장 파악 미흡 지적
  • ▲ 크루즈.ⓒ연합뉴스
    ▲ 크루즈.ⓒ연합뉴스

    정부의 국적 크루즈(유람선) 육성이 표류하고 있다.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할 주무 부처 해양수산부와 관련 업계는 엇박자를 내며 따로 노는 양상이다.

    해양 신산업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던 크루즈 산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다 보니 주무 부처 장관이 동향 파악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해수부에 따르면 올 초 업무계획에서 밝힌 크루즈 관광객 유치 목표는 200만명 규모다. 8월 말 현재 크루즈 관광객은 36만1427명이다. 올해 목표치의 18%에 불과하다.

    제주항의 피해가 가장 크다. 8월까지 93항차 동안 18만5212명이 찾는 데 그쳤다. 2월 30항차 6만5611명이던 유치 실적은 8월 3항차 2133명으로, 항차는 10%, 관광객은 3.2%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6월까지 90항차 동안 18만3079명이 제주를 찾은 것을 고려하면 여름 휴가철인 7·8월 2개월간 3항차 2133명이 늘었을 뿐이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장기화하면서 상황이 어렵지만, 해수부는 장밋빛 청사진을 고수하고 있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지난 8월25일 제5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개회식에 참석해 환영사에서 "크루즈 시장 다변화로 2020년까지 크루즈 관광객 연 30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달 25일에는 해수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국적 크루즈 선사와 관련해 "현대그룹에서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고, 시범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김 장관은 "(현대아산이)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을 기대하고 부산항~금강산~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노선을 구상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지금은 (북핵 위협 등으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장관은 "우선 크루즈 국내 관광객을 늘리고 이후 국적 선사를 발족해야 한다"며 "정치적 상황으로 북한을 못 가더라도 승객만 있으면 금강산 대신 설악산을 엮어 상하이~제주도~부산~인천(또는 속초) 등의 관광코스를 만들 수 있고, 일본~서해안(또는 블라디보스토크)을 함께 엮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 환영사 하는 김영춘 장관.ⓒ연합뉴스
    ▲ 환영사 하는 김영춘 장관.ⓒ연합뉴스

    문제는 김 장관의 발언이 시장 돌아가는 상황과 거리감이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도 유력한 국적 크루즈 선사 후보로 현대아산을 꼽아왔다. 국적 크루즈 선사 출범을 위해 팬스타라이너스와 현대상선이 2015년 설립한 국내 합작법인 코리아크루즈라인㈜이 계약 해지로 파투 난 후 금강산 유람선을 띄웠던 현대아산이 바통을 이어받을 거로 봤다.

    현대아산은 지난 7, 8월 7만5000톤급 코스타 빅토리아호를 빌려 부산항을 모항으로 하는 한국~일본 크루즈를 2항차 운항했다.

    김 장관 발언과 달리 사실상 올해 이미 시범사업에 착수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현대아산은 내년 용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재로선 국적 크루즈 검토는 물론 내년 추가 용선 계획도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11일 내년 코스타크루즈와 세레나호 전세선 계약을 맺었다. 세레나호는 11만톤급으로, 롯데관광이 올해 용선했던 7만5000톤급 빅토리아호보다 4만톤쯤 크다. 현대아산보다 롯데관광이 크루즈 운항에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애초 현대아산은 올해 크루즈 용선 여행상품을 통해 국적 크루즈 사업성을 타진한 뒤 일정 수준의 이익을 내지 못하면 국적 크루즈를 신청하지 않겠다는 계산이었다.

    올해 2항차를 내년 4~5항차로 늘리고 분위기가 좋으면 점차 횟수를 늘리다가 국적 선사 운항 면허를 신청할 거라는 전망이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는 (국적 크루즈 관련) 움직임이나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아산이 내년 용선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적 크루즈 사업이 또다시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크루즈 산업 주무 부처인 해수부 장관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장밋빛 발언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김 장관 발언은) 개인적인 기대감이 반영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현대아산에서 발표하거나 전달한 내용이 아니라 김 장관이 (올해 용선과 관련해) 멋대로 연관 지어 (언론에) 언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김 장관 발언은) 올해 현대아산의 전세선 운영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 같다"며 "용선은 전세선에 여력이 있는 한 내년에라도 추진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2020년 관광객 300만명 유치는 지난해 발표한 크루즈산업 육성 기본계획에 담긴 내용"이라며 "올해는 여건이 어렵지만, 2014년 100만이던 크루즈 관광객이 2016년 195만명으로 증가한 만큼 (지난해 기준으로) 앞으로 3년간 100만명 늘리는 게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