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부회장 사퇴, 경영공백 우려… "미래 성장 동력 찾기 엄두도 못내""경영정상화 기반 '투자-M&A-인사' 등 미래먹거리 발굴 청사진 시급"


  • 최근 전자업계에선 삼성전자와 리더십 공백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이 본격 진행된 가운데, 분기 사상 최대 규모(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의 잠정실적 발표 직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사실상 '총수 대행'을 맡아온 권 부회장의 자진사퇴에 따라 업계의 추측과 우려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방미 경제사절단 동행을 비롯 대기업 총수 간담회와 일자리위원회 등 그룹을 대표해 국내외 굵직한 이슈를 도맡으며 회사 전반을 살펴 온 만큼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과 이 부회장의 구속에 이어 또 한 번의 위기를 마주했다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매 분기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연이은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향후 실적 호조세를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다.

    삼성전자는 올 초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경영공백에 대한 끊임없는 우려를 낳았지만, 타 기업의 추종을 불허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보이며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올 3분기 영업이익 역시 전년동기(5조2000억원)대비 무려 178.9% 증가했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47조8200억원)과 비교해 29.7% 상승했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슈퍼 호황이 실적 견인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사업별 대규모 투자와 M&A, 인사 등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한 중장기 전략 준비에는 상당한 차질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해외 사업현장과 글로벌 행사 등을 직접 챙기며 신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 온 이 부회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권 부회장까지 자리를 비우게 되자 회사 안팎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권오현 부회장 역시 사퇴의 변을 통해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분기에 이은 실적 고공행진에도 불구 미래에 대한 염려를 놓지 못하고 있는 경영진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 셈이다.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삼성의 미래 기회 손실에 대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으며,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의 무기한 연기 등으로 '삼성 위기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권 부회장의 사퇴를 기점으로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 등은 밝혀지지 않아 추측만 난무한 상태다.

    최근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가 가전업체 '월풀'의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청원에 만장일치로 인정해 자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여기에 연초부터 이어진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국내 다수의 기업들은 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삼성의 경우 지난 분기 최대 글로벌 경쟁사인 애플의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정작 내부에선 지속적인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속앓이'만 깊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1심에선 이 부회장의 공소사실에 대한 결정적 증거의 부재에도 징역 5년형이 선고돼 우려를 더했다.

    현재 삼성은 수많은 방해요소 속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대내외적 요인들로 경영 악화가 현실화 될 경우 국내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은 당연지사다. 삼성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만이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자 수십 년간 쌓아올린 공든 탑을 굳건히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