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신시장 개입에 '허리띠 졸라메기'… "M&A 사실상 불가능"'자급제 도입-주파수 할당대가 인하' 호소에 '올인'케이블 업계, '홈쇼핑 위축-IPTV로 가입자 이탈'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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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이통사들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ICT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 속, 국내 이통사들은 정부의 통신시장 개입으로 정체된 시장의 돌파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통신비인하 정책에 따른 이통사들의 '허리띠 졸라메기'로, 사실상의 새 성장엔진으로 각광받고 있던 케이블과의 M&A가 물건너 갔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은 물론, 국내 이통사들의 글로벌 5G 시장 선점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들을 풀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합종연횡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한단 지적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2위 이통사 AT&T가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와의 합병을 추진한데 이어, 최근 미국 3위 이통사인 T모바일과 4위 이통사인 스프린트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산하의 미국 4위 이통사 스프린트와 3위의 T모바일 US(도이체텔레콤의 미국 자회사)를 합병하기로 독일 도이체텔레콤과 큰틀에서 합의를 한 것.

    이는 미국 1위 이통사 버라이즌과 2위 AT&T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합병은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자 이통업계는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는 분위기다.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통신시장에서 미디어 등 다양한 업체들과의 대규모 합종연횡만이 정체된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임에도, 정부가 이를 가로막고 서있기 때문이다.

    통신산업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어도 모자랄 판에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연말 보편요금제 추진 등 통신비인하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이통사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어서다.

    더욱이 이 같은 통신비인하 정책들로 인한 매출 감소 요인들을 줄이고자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주파수 할당대가-전파사용료' 인하 호소에만 올인을 하고있는 상황이여서, 대규모 M&A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통신업체들과의 M&A를 추진했었던 국내 케이블 업체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방송-통신' 융합 흐름이 방향을 잃은 가운데, 통신사들이 곳간을 닫아 인수합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신사들이 운영 중인 IPTV가 상대적으로 VOD 콘텐츠 양이 많고, 결합상품 혜택이 뚜렷하다 보니 케이블TV 가입자의 IPTV로 이동이 심화돼, 케이블업계의 설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대선 전까지만해도 제4이통사로 케이블 업체가 선정될 것으로 거론돼 왔으나, 막상 새정부가 들어서자 이마저도 통신비인하로 쉽지 않은 모양새다.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어느 누구도 그 시장에 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 통신 가입자 수가 이미 포화 상태인데, 제4이통이 출범 후 가입자 모집 역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속 신규 이통사 출범 후 사업이 실패할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리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통신 업계 관계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AT&T와 타임워너간 합병을 사실상 승인한 상태며, 버라이즌 역시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 컴캐스트, 디즈니, 혹은 CBS 등과 합병 협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라며 "미국 거대 이통사들과 현지 미디어 업체간 대규모 합병 움직임이 확산되는 등 이미 '방송+통신' 융합 흐름은 글로벌 대세로 자리잡은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 정부는 통합방송법 개정은 고사하고, 오히려 통신시장 개입으로 인수합병의 주체가 되는 이통사들의 '허리띠 졸라메기' 움직임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번 정권에서 미디어 업체와의 M&A는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라고 하소연 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불발시킨 뒤 케이블업계를 살리기 위해 동등결합 방안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모바일 영향에 따라 홈쇼핑 매출이 갈수록 위축되면서 수수료 수입이 줄고 있는 가운데, IPTV로의 가입자 이탈로 불황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은 통신산업은 물론, 미디어 산업까지 영향을 줘 방송통신산업 생태계 전체를 흔들 수 있다"며 "정부는 '주파수 할당대가-전파사용료' 면제 등 다양한 규제 빗장을 풀어 합병 주체인 이통사들이 글로벌 5G 시장을 선점, 미디어가 포함된 관련 산업들이 동반성장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