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앞선 정부 "고용불안·양극화·고령화 모두 잡겠다"
  • ▲ 문재인 정부.ⓒ연합뉴스
    ▲ 문재인 정부.ⓒ연합뉴스

    정부가 공공부문 81만명 충원을 마중물 삼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비정규직을 줄여 일자리 질을 개선하고, 창업 촉진과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신산업 조기 사업화 같은 단골 카드도 제시했다. 청년·여성을 위한 맞춤형 지원도 빼먹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딱히 없었다. 마른 수건 짜내기 식으로 기존 발표 내용을 재탕·삼탕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진출분야 확대 등 투트랙 전략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 그나마 눈에 띈다. 다만 정책자금 대출 목표 신설, 판로 확대를 위한 가점 확대·수의계약제도 신설 등 일부 정책은 퍼주기식 특혜성 시비의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18일 오후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빌딩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3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과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안건을 의결했다.

    ◇고용 늘리면 세제·금융지원 확대… 공공일자리 81만개 '마중물'

    일자리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경제'의 5년간 실천계획이다.

    정부는 5대 분야 10대 중점과제 100개 세부추진과제를 제시했다.

    분야별 중점과제는 △일자리 인프라 구축(일자리 안전망 강화 등) △공공일자리 창출(81만명 확충) △민간일자리 창출(사회적 경제 활성화·혁신형 창업 촉진 등) △일자리 질 개선(비정규직 남용 방지 등) △맞춤형 일자리 지원(청년·여성·신중년 등 지원) 등이다.

    정부는 우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국정운영 체계를 재설계해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업무평가 때 일자리 비중을 강화하고 일자리 예산을 확대하는 한편 일자리 우수기업에 세제·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한다.

    일자리 안전망도 강화한다.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 보장성을 2022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수준으로 개선한다. 청년구직촉진수당 지원금액 등을 확대하고, 특수형태고용종사자의 고용·산재보험 사각지대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

    내년 4차 산업혁명 선도인력 훈련, 후년 영마이스터 육성과정 신설 등으로 교육훈련 체계를 현장 수요 중심으로 개편한다.

    공공부문이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81만명을 확충한다.

    경찰·부사관 등 국가직 10만명, 소방·사회복지·가축방역 등 지방직 7만4000명 등 공무원 17만4000명을 충원한다.

    올해부터 1단계로 보육·요양 분야 일자리 17만개를 확충하고 2단계로 사회서비스공단 신설 등을 통해 17만명을 충원해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 총 34만개를 만든다.

    나머지 30만개 일자리는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 공기업 등 부족인력 충원,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확충한다.

    민간분야에선 창업을 촉진한다. 창업휴직 기간 확대, 대학평가 반영 등을 통해 교수·연구원의 기술창업을 활성화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정책금융 영역에서 연대보증을 없애 사업실패 부담을 줄여주고 민간금융으로 확산을 유도한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나 불공정거래 행위를 막고 중소기업 전용 연구·개발(R&D)을 2배 확대한다. 약속어음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자동차·조선은 신기술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한다.

    외국인투자, 유턴기업 등 투자유치제도도 고용 효과 위주로 전면 개편한다.

    친환경·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미래형 신산업은 규제 혁신을 통해 조기 사업화를 지원한다.

    혁신도시와 지방 이전 공공기관을 지역 일자리 창출의 엔진으로 활용한다. 혁신도시 중심으로 주변 산단을 연계해 국가혁신클러스터를 선정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균형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도시재생 뉴딜을 통해 빈집·빈점포를 활용한 창업을 활성화한다.

    20조원에 달하는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은 유사중복사업을 통폐합해 관리를 강화한다.

    일자리 질 개선을 위해선 비정규직 남용을 막는다. 기간제 일자리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비정규직은 예외적인 사유를 두기로 했다.

    합리적 차별사유 인정범위 축소 등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도 내년 개편할 계획이다.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도 확립한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관련해선 내년 상반기 일자리 감소와 소상공인 피해 대책을 마련한다.

    주 52시간, 연 1800시간대 근로를 확립하고, 연장근로 특례업종 축소 등 근로시간 제도도 혁신한다.

    청년·여성·신중년 등 맞춤형 일자리도 지원한다. 내년 상반기 워크넷을 개량해 구인-구직 미스매치를 해결한다. 구직촉진수당·중소기업 추가고용장려금 신설, 공공기관 청년고용 의무비율 상향(3→5%) 등을 통해 구직-채용-근속 등 단계별 맞춤 지원에 나선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기간 2년으로 확대, 육아휴직급여·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등도 차질없이 추진한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전문가 등으로 로드맵 현장점검단을 구성해 분기별로 과제 추진상황을 살필 것"이라며 "점검결과는 로드맵 보완은 물론 기관평가에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 일자리정책 로드맵 당정청 협의.ⓒ연합뉴스
    ▲ 일자리정책 로드맵 당정청 협의.ⓒ연합뉴스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인프라 확충·진출분야 확대

    정부는 일자리 창출, 고령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포용적 성장의 주역으로 사회적경제를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회적경제는 일반 법인보다 창업 위험을 낮고 취업유발 효과는 크며 구성원이 전체 이익을 공유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며 "유럽연합(EU)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사회적경제가 담당하고 고용비중도 평균 6.5%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활성화가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판로를 확대하는 등 지속 가능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주거환경·문화예술 등 파급효과가 큰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신용보증기금에 사회적경제 계정을 신설해 앞으로 5년간 최대 5000억원까지 지원한다. 보증대상에 마을·자활기업을 포함하고 보증한도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린다.

    정책자금 중 사회적경제기업 총액 대출목표도 신설한다. 성장사다리펀드 내 (가칭)사회투자펀드를 2022년까지 최대 1000억원 조성하는 등 전용 투자펀드를 확대 조성하고, 업력 7년 제한 기준 폐지 등 크라우드펀딩 투자기반도 구축한다.

    판로 확대를 위해 국가계약 낙찰기준에 사회적 가치 반영 원칙을 신설하고, 종합심사낙찰제도 심사기준에 '사회적 책임' 가점을 상향(1→2점)한다.

    국가·지자체 5000만원 이하 물품·용역 입찰 때 수의계약제도도 신설한다. 구매실적 등은 경영평가에 반영한다.

    민간부문 참여 확대를 위해 TV 홈쇼핑 기획전 등 기존 유통채널 연계를 강화하고, 수출마케팅 지원대상 선정 때 가점 부여 등 혜택을 준다.

    전문인력 배출을 위해 대학 내 교육과정도 확대한다.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보육 공간인 '소셜캠퍼스 온(溫)을 2019년까지 9개소로 늘리고, 청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500팀에서 800팀으로 확대한다.

    주요 진출 확대 분야 중 소셜벤처는 내년 모태펀드에서 출자해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 임팩트 투자펀드를 신설한다.

    소셜벤처에 중점 투자하는 팁스(TIPS) 운영사를 선정해 R&D·사업화 자금 등 최대 10억원을 지원한다.

    사회서비스 분야는 사회적협동조합 등의 지정요건을 완화해 신규 진입을 촉진한다. 공모를 통해 감정근로자 힐링 프로그램 등 신사업을 발굴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사업비 등을 지원한다.

    주거환경 분야는 임대주택 공급, 상가 리모델링 등 '국토교통형 예비사회적기업' 제도를 도입한다. 별도의 기금 융자·보증 기준도 마련한다.

    문화예술 분야는 공연 공간 확보를 위해 임대료 할인지역을 확대하고, 지자체 유휴·공공시설을 지원한다.

    지자체 문화시설 위탁기관 선정 때 사회적경제기업에 가점을 주고, 정부·공공기관 행사 때 참여 기회를 준다.

    프랜차이즈 분야는 가맹점이 가맹본부를 공동 소유해 이익을 공유하고 분쟁의 소지가 없는 협동조합형을 적극 육성한다. 외식업에 편중된 진출 업종을 소상인·숙박업·운송업 등으로 확대할 수 있게 운영을 지원한다.

    마을기업 등이 진출하는 지역기반 분야는 주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 보급모델을 우선하여 확산한다. 농업용 저수지·담수호 등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사업 참여도 추진한다.

    지난해 1446개인 마을기업은 2022년까지 2046개로 늘린다.

    농·어촌 지역은 농협·수협의 우대금리 적용, 기금 조성 등을 통해 자금지원을 강화하고 농·수협 판매장 입점으로 판로 확대도 유도한다.

    정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부문별 중장기 대책을 추가로 세워 발표할 예정"이라며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 체감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로드맵에 포함한 내용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했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나 추가경정예산 발표 당시 내놨던 것과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마른 수건 짜내듯 기존 발표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에 머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