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모델 앞세워 시장 공략 나섰지만… "점유율 추락 막지 못해"삼성에 1위 잡히고, 중국에 2위 지위도 위태… "애플, 어떤 핑계 내놓을까?


  • 중저가 스마트폰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견인할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이익의 70%를 독점하는 애플의 신흥시장 공략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은 다양한 라인업을 내세우는 경쟁사들과 달리 구형 모델의 가격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2~3년 전 모델을 다시 론칭하는 이례적인 모습도 보였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경쟁사들은 애플의 '고가 전략'을 부러워하는 눈치다. 하지만 애플의 전략에는 다양한 허점이 있다. 특히 빠르게 변하는 시장 헤게모니와 가격경쟁력에 대한 부족한 대응력은 점유율 하락을 부추긴다. 때문에 애플도 라인업 다양화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아이폰5c와 같은 중저가 모델을 앞세워 신흥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예측에 힘이 실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 초 아이폰6를 인도시장에 재론칭했다. 아이폰6는 2014년 출시된 모델로 지난해 말 단종됐지만 인도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새롭게 부활했다. 지난 5월에는 새로운 생산시설을 만들어 아이폰SE의 위탁생산도 시작했다. 애플이 중국 외에 생산시설을 세운 건 인도가 처음이다. 

    애플이 인도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포화상태에 접어든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유지할 대안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연평균 2% 안팎의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인도와 동남아시아는 연평균 20%의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구형 아이폰은 애플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아이폰6와 아이폰SE는 글로벌 중저가(151~600달러) 시장에서 판매율 3위에 랭크되며 견조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샤시를 포함한 핵심 부품 대부분이 그대로 사용돼 손익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가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ASP(평균판매단가)와 판매이익 상당부분을 독점하고 있지만 줄어드는 판매량은 위험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고자 수 년 내 아이폰5C와 같은 중저가 모델로 라인업 다양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구형 모델만으론 신흥시장에 대응하기 힘들어 라인업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아이폰SE와 아이폰6는 신형 아이폰과 비교해서는 200달러 이상 저렴하지만 최신 중국 프리미엄폰과 비교할 경우 땐 비슷한 가격을 형성한다. 애플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제외하면 스펙과 성능에서 중국업체에 현저히 밀리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애플이 중저가 전략을 구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한다. 신흥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중저가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평가는 중저가 아이폰 출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애플은 2013년 아이폰5c를 통해 재미를 봤다. 아이폰5c는 용량에 따라 199, 299, 399달러에 판매되며 중저가 시장을 적극 공략했고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중저가 제품이 나오더라도 이미 다양한 라인업으로 경쟁력을 넓혀놓은 경쟁사들의 반격은 넘어야할 산이다. 점유율 1위를 빼앗은 삼성전자와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넓혀가는 중국업체들의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기 때문이다. 이들은 애플보다 많은 스마트폰을 팔지만 현저히 떨어지는 수익성으로 열세에 놓여있다. 하지만 중저가 모델을 앞세운 다양화 전략은 점유율 상승을 이끌며 수익성 확대라는 결실을 맺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중국업체들의 영업이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3억대의 피처폰이 스마트폰 대기수요로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은 여전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중국업체가 주도하고 애플이 뒤쫓는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애플이 고가 전략을 유지할 경우 2위 자리를 빼앗기는 건 시간 문제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애플은 구형 모델을 통한 라인업 확대만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판매량 보다 고가 전략을 통한 수익성 유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애플의 고집은 향후 2~3년 동안은 문제 없이 유지될 수 있어 보인다. 문제는 이후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애플이 판매량과 수익성의 상관관계를 모를리 없다. 중저가 출시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그동안 고가 정책만을 고집해 왔던 애플이 중저가 시장에 발을 내딛으며 어떤 변명을 내 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