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가격 80% 올라… '모바일-서버' 수요 기반 고공행진'클라우드-AI' 등 폭발적 수요 증가 속 공급 부족… "초호황 이어진다"
  • SK하이닉스 이천 M14 D램 생산라인 모습.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이천 M14 D램 생산라인 모습. ⓒSK하이닉스


    "D램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

    반도체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슈퍼사이클이 이어지면서 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 6월 상승세로 돌아선 D램값은 1년새 80% 이상 올랐다. 업체들은 공급량을 꾸준히 늘리며 수요에 대응하고 있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는 무서울 정도다.

    ◆1년 넘게 이어지는 D램 가격 상승세

    9일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분기 D램 고정거래가는 한 자리 수 중반대의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달 4기가비트 D램 고정거래가(DDR4 4Gb 512Mx8, 2133MHz)는 3.5달러로 1년새 86% 상승했다. 반등세가 시작된 지난해 6월과 비교해서는 167% 올랐다.

    D램값의 상승은 1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1.31달러까지 떨어졌던 4Gb D램칩은 매달 꾸준히 성장했고, 지난해 10월과 올 1월에는 한 달 새 25%, 38%가 증가하는 기록적인 상승폭도 나타냈다. 분기 단위로 계약을 맺는 계약 환경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상승세인 것은 분명하다.

    D램 수요 강세는 특정 제품군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서버 D램의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띄지만 모바일, PC, 엔터프라이즈 등 대부분이 증가 추세다. D램의 강한 수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그대로 묻어났다. 양사는 올 3분기 각각 9조9600억원, 3조73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두 회사의 D램 시장 점유율은 45%, 27%로 70%를 안정적으로 넘긴 상태다. 3위 마이크론을 포함하면 3사 과점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4분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클라우드 서비스, 인공지능 등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서버 D램의 수요 강하다. 특히 급증하는 업무량을 감당하기 위한 고용량 모듈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D램 수요 증가율은 20% 중반을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제한적인 공급 증가…발목 잡는 공정미세화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공급량 증가는 제한적이다. 최근 5년간 공급량 확대를 위한 D램 라인 신설은 삼성전자의 17라인과 SK하이닉스의 M14가 유일하다. 최근 삼성전자가 16라인 일부를 D램으로 전환했지만 CMOS 이미지센서(CIS)로 전환으로 생긴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한 보안책에 불과했다. 매년 1~2개 이상 늘어나는 낸드플래시 라인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공정미세화에 대한 기술 난이도 증가도 공급량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매년 10% 이상의 비트그로스(메모리 반도체 생산증가율)를 기록 중이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엔 부족하다. 여기에 점유율 20%를 차지하는 마이크론이 10nm 공정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급량 확대는 제자리 걸음이다.

    더욱이 10nm 이하의 공정 미세화를 위해서는 EUV(Extreme Ultraviolet) 장비가 필수적인데 대당 1500억원이 넘는 가격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EUV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EUV가 도입될 경우 생산량은 늘어날 수 있지만 원가가 상승해 결과적으로 생산성 확대에 부정적이라 판단한 결과다.

    10%대에 머무르는 D램 시장 성장률은 업체들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배경이다. D램 시장은 매분기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 부담과 미세공정 확보를 위한 기술적 어려움, 고객의 높은 신뢰성 요구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같은 흐름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 과점 체제를 공고히 하는 토대가 되면서 역설적으로 공급량 확대의 걸림돌이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의 D램 공급량은 분명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수요가 공급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대규모 투자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성장률이 높지 않아 지금과 같은 3사 과점 체제가 유지되는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그런 이유로 현재와 같은 슈퍼사이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