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정부 부담도 늘려라"
  • ▲ 고용노동부.ⓒ연합뉴스
    ▲ 고용노동부.ⓒ연합뉴스

    정부와 노사가 실업급여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고용보험제도 개선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다만 보험료 추가 부담 등 각론에 있어선 노사정 간 이견이 있어 합의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월29일부터 노사정·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고용보험제도 개선 기획반(TF)을 구성해 실업급여 지급 수준과 지급 기간 연장 등 보장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고용부는 앞으로 한두 차례 더 회의를 열고 이달 말까지 제도 개선 사항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제도개선 방향은 크게 구직급여 지급수준을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리고, 지급 기간을 90∼240일에서 120∼270일로 최소 30일 늘리는 방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사가 큰 틀에서는 보장성 확대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각론에선 정부와 노사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견해차를 보인다.

    최대 걸림돌은 보장성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이다. 사용자 측은 보험료 추가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태도다. 현재 고용보험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다.

    사용자 측은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나중에 고용보험위원회가 보험료 인상을 결정하더라도 추가적이고 부수적인 인상 요인은 차단하겠다는 견해다.

    자발적 이직자에 대한 견해차가 대표적이다. 사용자 측은 재취업 등을 전제로 스스로 이직하는 근로자까지 실업급여를 주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고용보험 확대 적용에 반대한다.

    반면 노동계는 이직 사유가 어떻든 재직 기간 보험에 이바지했으므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외국처럼 지급 기간이나 지급액에 페널티를 주더라도 적용 대상에는 포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급 기간도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되므로 노사 간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노동계는 우선 30일 연장은 정부안일 뿐, 그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TF에서는 나잇대별로 지급 기간이 나뉘어 있는 것을 모든 구간에 대해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실업급여는 30세 미만, 30세 이상 50세 미만, 50세 이상, 장애인으로 분류해 지급 기간을 달리 적용한다. 30세 미만은 90일, 30세 이상 50세 미만은 90~210일, 50세 이상과 장애인은 최대 240일 동안 지급한다.

    민감한 보험료 인상과 관련해선 노사가 함께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고용부는 보험료 인상에 대해선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논의 대상에는 포함될 수 있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현재 보험료율은 근로자 보수 총액의 1.3%로 돼 있다. 지난 2011년과 2013년 각각 0.2%포인트 올랐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내년도 고용부 예산안 분석 결과 사업을 확대하지 않고도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계정이 2020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25년에는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가 고용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면 적립금은 더 빨리 소모될 수밖에 없다.

    사용자 측은 일단 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기본적으로 더 내고 더 받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실업급여계정에 대해 정부도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가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사용자 측도 이와 관련해선 이견이 없다. 정부 지원이 늘수록 노사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현재 육아휴직·출산휴가급여 등 모성보호급여를 실업급여계정에서 주는 것을 일반회계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돌리고, 정부 지원액도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견해다.

    고용부와 노동계 설명으로는 올해 실업급여 지출 규모는 6조원 남짓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1조쯤이 모성보호급여로 지출된다. 지출액 중 정부 부담은 700억원쯤에 불과하다.

    노사는 정부 지원이 3분의 1 수준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가 일반회계에서 모성보호급여를 지원하면 그만큼 실업급여계정에 여유가 생기므로 노사 추가 부담이 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모성보호급여를 일반회계로 돌려도 결국 주머니가 달라질 뿐 국민의 사회적 부담이 추가로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고용안전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선 고용보험지급 체계를 손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