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 인수 때 FI 1350억+DB 1400억 투입 220억 손실에 광주공장 등 1000억 추가 투자 필요
  • ▲ 동부대우전자 매각 우선협상자가 다음달 초에 결정될 전망이다. 3천억~4천억원으로 예상됐던 당초 매각가와 달리 입찰자들은 2천억원 대의 금액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뉴데일리 DB
    ▲ 동부대우전자 매각 우선협상자가 다음달 초에 결정될 전망이다. 3천억~4천억원으로 예상됐던 당초 매각가와 달리 입찰자들은 2천억원 대의 금액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뉴데일리 DB



    동부대우전자 매각을 앞둔 DB그룹의 표정이 어둡다. 희망가에 훨씬 못미치는 매각금액이 제시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원금 조차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대유위니아와 글로벌세아 등은 2000억원 대의 인수가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후 동부가 투자자(FI)에 돌려줘야 할 원금과 이자만도 19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빈손으로 물러나야 할 상황이다. 

    동부는 지난 2013년 FI에게 조달받은 1350억을 포함해 2750억원을 들여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KTB프라이빗에쿼티 등 FI들은 동부에 빌려준 원금 1350억원과 5년 치(2017년 말 기준) 이자를 정산 받는다. 이자는 연 8%로 약 540억원이며 원금을 합하면 1900억원 안팎이다.

    당시 FI는 의결권이 있는 전환상환우선주로 투자해 매각 후 원금과 이자를 먼저 찾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 FI 입장에서는 2000억원 대의 가격만 보장돼도 매각을 강행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업계는 입찰자들이 본입찰에서 희망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220억원 대의 손실을 낸 동부대우의 어려운 재무 상황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예측에서다.

    사업정상화를 위한 추가 투자금도 문제다. 업계는 새 인수자가 동부대우를 사들여 사업 정상화를 이루기까지 약 800억원에서 1000억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입찰자는 가격을 더 깎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지속되면 동부의 원금 찾기는 요원하다.

    FI 측은 다음 달 초쯤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낮은 인수 희망금액 등으로 당초 일정인 이달 말 보단 조금 미뤄질 전망이다.

    유력 후보자로는 국내기업 대유위니아, 터키 베스텔, 중국 메이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동부대우가 가진 중국, 멕시코 등 해외 공장과 영업망에 메리트를 느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 동부대우전자의 새 주인은 누가될까? ⓒ 각 사
    ▲ 동부대우전자의 새 주인은 누가될까? ⓒ 각 사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공장 폐쇄를 우려해 해외 매각을 반대해온 공장 노동조합도 방향을 우회한 모습이다. 노조는 매각가와 상관없이 하루빨리 공장을 정상 운영할 수 있는 인수자에게 회사를 넘겨달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고용 보장과 윤리적 경영이 약속된다면 매각 절차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노조 측은 관련 요청을 전달하기 위해 FI 측에 대면을 요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당시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한 동부그룹에서는 2000억원 대로 매각이 이뤄진다면 그야말로빈손이 될 처지"라며 "현재는 FI가 매각가와 관련해 동부 측과 일부 협의를 거치겠지만, 원금과 이자를 먼저 보장받는 FI 입장에서는 상황이 지체될 시 매각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동부대우 매각은 2013년 FI가 자금을 조달하며 체결한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드래그얼롱은 일정 조건 미충족 시 FI가 대주주 지분을 포함해 지분 100%를 제삼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조항이다.

    당시 FI는 3년 내 순자산 1800억원 유지, 2018년 중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것을 조건으로 했지만 동부는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현재 동부대우 지분 중 45.8%는 KTB프라이빗에쿼티, 유진자산운용, SBI인베스트먼트 등의 FI가 가지고 있으며, 동부그룹은 54.2%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