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생산능력' 앞세워 '파운드리-팹리스' 독립사업체 구축"'삼성전자-SK하이닉스'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메모리 슈퍼사이클 힘입어 사업 경쟁력 확대"
  • ▲ 자료사진. ⓒSK하이닉스
    ▲ 자료사진. ⓒSK하이닉스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를 이끌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시스템LSI(비메모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는 3397억달러(약 438조원). 이중 시스템LSI는 77%에 해당하는 2607억달러(약 286조원)에 달한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반도체 1위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23%에 불과한 메모리반도체에서의 1위를 의미한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LSI 영영확장에 나서는 이유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시스템 LSI는 12% 상승하며 2920억달러(약 320조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성장세가 가속화되는 시스템LSI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수 년내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시스템LSI는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는 최근 몇년 간 5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수요가 잦아들며 2020년부터는 매출 하향세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시스템LSI는 상대적으로 적은 5~6%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2020년을 넘어서까지 계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 시스템LSI 성패는 다양한 협력관계

    반도체 업체는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설계와 공장을 함께 운영하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공장 없이 설계와 판매만 하는 팹리스(fabless), 팹리스 업체의 주문을 받아 위탁 생산만 하는 파운드리(foundry)가 대표적이다.

    종합반도체업체로 불리는 IDM은 설계부터 생산·판매까지 모든 공정을 운영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등이 IDM에 속한다. 반면 팹리스와 파운드리는 설계와 공장 유무에 따라 다양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가진다. 특화된 기술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시스템LSI의 주도권은 팹리스와 파운드리 업체들이 갖고 있다. 퀄컴(팹리스)과 대만의 TSMC(파운드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설계 또는 생산에 적합한 독립사업 체제를 구축해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팹리스와 파운드리는 장단점을 공유한다. 팹리스는 공장 없이 설계만 담당하기 때문에 파운드리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높다. 반면 파운드리는 공장구축을 위한 자본력이 필요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IDM 업체들은 팹리스와 파운드리 두 가지 기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로 입증된 차별화된 생산능력을 보유한 만큼 위탁생산인 파운드리 분야에서 조금 더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제조업에 강한 국내 산업 특성이 반영된결과다.

    ◆ 파운드리 키우는 국내 반도체 업계

    소품종 대량생산인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시스템LSI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갖고 있다. D램, 낸드플래시 등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메모리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는 ASSP, ASIC, GP, CPU, CIS, CCD 등 종류만 수 십 가지에 달한다. 때문에 안정된 생산능력과 선진공정은 최고의 경쟁력이 된다.

    종합 반도체 1위 삼성전자는 고객에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 LSI사업부를 팹리스와 파운드리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시스템LSI 사업을 세분화해 사업영역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겠다는 의지다.

    시스템LSI 시장은 기존 모바일에서 자동차, 사물인터넷 등으로 다각화되고 있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는 선단공정을 조기 개발해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더욱이 파운드리에서는 7나노 공정을 적용한 신제품을 출시를 서둘러 기술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CIS(CMOS Image Sensor)와 파운드리 사업를 적극 육상하고 있다. 2004년 부문 매각 후 3년 만에 CIS 사업에 재진출한 SK하이닉스는 2014년 실리콘화일 편입, 2016년 실리콘화일 CIS 사업 영업양수를 통해 고화소 CIS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1300만 이상 고화소 제품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천 300mm 공장 양산도 가시화된 상태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파운드리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사한 'SK하이닉스 시스템IC'를 출범시키는 등 선순환 구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스템IC는 현재 200mm 팹인 청주 M8 라인을 파운드리 서비스로 활용하는 등 시장 경쟁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가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지금이야 말로 시스템LSI를 적극 육성할 수 있는 기회"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만큼 독보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