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3년간 매년 120만대 초과물량에 50% 관세 결정16년만에 세이프가드 조치 여부 '주목'…美 대통령 최종결정 남아산업부, 수입제한 영향 분석 등 피해 최소화 방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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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3년동안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권고안 내용에 따라 한국 정부도 국내 가전업계와 조속히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책 모색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ICT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며 미국 정부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각각 표명한 상태다.

    ITC는 21일(현지시간) 삼성·LG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ITC가 발표한 권고안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요청한 일률적인 50% 관세 대신 TRQ(저율관세할당)를 120만대로 설정, 초과되는 물량에 대해서만 50% 관세를 부과하도록 한 것을 골자로 한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를 매기되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제한 조치다.

    앞서 삼성과 LG는 어떤 형태의 수입제한 조치도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지만, 반드시 필요할 경우 글로벌 TRQ를 145만대로 설정한 후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만 50%의 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ITC에 요청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권고안은 ITC가 월풀과 삼성, LG의 요구를 절충한 것으로 풀이된다.

    ITC는 삼성과 LG가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120만대 미만의 물량에 대한 관세를 두고 4명의 위원이 '부과하지 말자'는 의견과 '20%를 부과하자'는 의견으로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ITC는 각각의 의견을 담은 2개의 권고안을 마련해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를 수용할 경우 이는 16년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는 셈이다.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 정부도 ITC 결정에 따라 신속히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로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과 삼성전자, LG전자와 대책회의에 나선다. 

    산업부는 국내 가전업계에 미치는 수출 차질 영향 등을 분석하고 세이프가드 시행이 불가피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권고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특히 TRQ 물량이 삼성과 LG가 제안한 145만대보다 감소한 점에 비춰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업계와 논의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내년 2월께 이뤄질 것으로 보고 그 전까지 다방면으로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또 미국이 세이프가드 시행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여부 등을 분석해 WTO 제소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법인 홈페이지에서 ICT 결정에 대해 "오늘 ITC가 월풀의 터무니없는 관세 부과 요구를 적절하게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와 소매업자, 일자리에 파괴적인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며 "어떠한 관세 부과도 제품 선택의 폭을 축소시키고 삼성전자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의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LG전자도 ICT의 세이프가드 권고안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LG전자는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므로 이번 ITC 권고안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최종 결정을 하게 될 미국 정부가 자국 소비자와 유통뿐만 아니라 가전산업 전반을 고려해 현명한 선택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권고안은 미국 유통 및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크게 제한하게 될 것이며 한국기업의 미국 내 기반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현재 건설 중인 현지 공장의 정상적 가동,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세이프가드가 발효될 경우를 대비해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등 세이프가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