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美 판매량 '40%' 관세폭탄, 월풀 年 판매량 해당"자국기업 살리기 위한 자구책…제재발동 여부 내년 2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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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삼성전자


    한국 세탁기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권고안이 발표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ITC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120만대에 대해 20%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물량에 대해 50% 관세를 매기면서 '자국 기업 살리기'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ITC는 저율관세할당를 120만대로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당초 월풀이 요청한 일률적인 50% 관세 대신 TRQ를 120만 대로 설정하고,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TRQ는 일정 물량은 낮은 관세를 매기돼 이를 초과할 경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삼성·LG전자는 수입제한 조치에 대한 억울함을 강하게 어필하면서 한편으로는 TRQ를 적용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양사가 원했던 TRQ 물량은 145만대로 ITC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LG전자는 연간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탁기(200만대)의 70%를 요구했지만, ITC가 60%에 해당하는 120만대를 받아들인 셈이다.

    ITC의 결정은 월풀과 한국 업체들 모두를 배려한 것처럼 보인다. 양쪽 의견 모두를 일부 수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월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판단한다. TRQ 물량에서 제외되는 80만대는 월풀의 연간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결과적으로 자국 기업을 돕기 위한 자구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또 TRQ 물량 120만대에 20%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삼성·LG전자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된다. 이는 월풀 등 자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결과로 나타난다. 

    더 큰 문제는 세탁기 완제품과 함께 모터 등 주요 부품을 수입해 미국에서 조립하는 경우까지 관세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에 건설 중인 국내 업체들의 세탁기 생산라인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더욱이 관세폭탄에 따른 가격 경쟁력 및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할 경우 세탁기를 넘어 다른 제품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국 기업 살리기에 나선 미 정부가 다른 산업에까지 손을 뻗을 수 있다는 걱정이다.

    삼성·LG전자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제공받기 위해 끝까지 억울함을 소명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우리는 여전히 어떤 구제조치도 필요하지 않다고 믿는다"고 말했고, LG전자는 "미국 정부가 미국 소비자와 유통뿐만 아니라 가전산업 전반을 고려해 현명한 선택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ITC의 결정은 곧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트럼프 대통령은 60일 내에 제재조치 발동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제재조치 발동 여부는 내년 2월 초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