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기존 수출량 40% 이상에 고관세 부과 예정전자업계 "미국서 세탁기 생산하라는 메시지"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 세탁기에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발표한 가운데 수출 차질 등 악영향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번 세이프가드 대상으로 지목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가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고려할 때 향후 판매량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ICT는 삼성·LG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를 초과할 경우 3년동안 매년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발표해 국내 가전업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요청한 일률적인 50% 관세 대신 TRQ(저율관세할당)를 설정하고, 초과 수입되는 제품에만 관세를 부과토록 한 것이다.

    앞서 삼성과 LG가 제안한 145만대보다는 적지만 ITC가 월풀과 국내 가전업체들의 의견을 최대한 절충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오늘 ITC가 월풀의 터무니없는 관세 부과 요구를 적절하게도 기각했다"는 입장을 우선적으로 밝히긴 했지만, 삼성과 LG 모두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의 미국 시장 세탁기 판매량은 연간 200만대 이상이다. ITC가 설정한 120만대를 제외하면 80만대 이상의 수출물량에 50%의 관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특히 ITC 위원 중 일부는 120만대 이내의 물량에도 20%의 관세를 부과하자는 권고안을 내놓은 것이 확인되면서 수출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세탁기 부품과 관련한 ITC의 결정도 업계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한국 정부를 비롯 삼성과 LG가 세이프가드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5만대 이상의 세탁기 부품 수출물량의 경우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현지 공장에서 제조되는 세탁기와 별개로 부품의 대부분이 수출되기 때문에 제품 가격의 상승에 따라 판매량도 감소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ITC는 대안으로 매년 부품의 수입한도를 2만대씩 늘리고 5%씩 관세를 낮추겠다는 결정을 내놓았지만, 보여주기식일 뿐 시장점유율에는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현재 미국 대형 가정용 세탁기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월풀이 38%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삼성과 LG가 각각 16%, 13%씩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과 LG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총 10억 달러(약 1조14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삼성과 LG 역시 한국정부와 조속히 논의에 나서는 동시에 각자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부터 생산에 들어갈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의 준비를 위해 350명을 채용했으며 연말까지 150명의 생산직 일자리를 더 충원할 것"이라며 "정부가 공장의 일꾼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또는 미국인을 위해, 미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혁신적인 세탁기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제한할 어떤 구제조치도 부과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피력했다.

    LG전자는 "세이프가드가 발효될 경우를 대비해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등 세이프가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는 생산능력을 감안해 현재 수준의 물동을 유지하고 추가적으로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ITC 권고안에 담긴 의미는 세탁기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 전자업체의 입장은 여전히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므로 필요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