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8차 공판, 증인신문 진행… 후원금 '뇌물죄' 공방 일 듯삼성 후원금 16억, 뇌물죄 성립 여부 둘러싼 치열한 대립 전망


  •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8차 공판이 27일 오후 2시,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의 심리로 312호 중법정에서 열린다.

    이날 공판에서는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특검 측은 장씨를 비롯 최씨의 최측근인 고영태씨와 하현회 LG그룹 사장을 증인으로 추가 신청한 바 있으며, 재판부는 장씨와 고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현재 장씨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과 삼성전자 등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을 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등)로 구속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받은 상태다. 이에 장씨는 다음달 6일 열리는 선고공판 이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재판부는 '특별히 불출석 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16억2800만원) 과정 및 배경 등을 두고 양측의 거센 질문 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장씨가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만큼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영재센터 후원의 뇌물죄 성립 여부를 둘러싸고 어느 때보다 치열한 대립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특검은 장씨의 증언을 통해 삼성의 후원은 부정한 청탁에 따른 대가성 지원으로, 뇌물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입증할 예정이다. 장씨가 영재센터 설립에 깊숙이 개입한 점과 최씨로부터 운영을 위임받은 점 등을 토대로 영재센터의 실체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전망이다.

    특히 영재센터가 최씨의 사적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는 판단 하에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여 사실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삼성의 후원 배경에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 뇌물수수 합의가 있었다고 보는 만큼 후원 과정에 이들이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장씨는 특검 조사에서 '2차 독대 이전 최씨의 지시에 따라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으며, 대통령과 삼성에 전달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 삼성의 후원이 '최순실->대통령->삼성'으로 이어지는 청탁의 연결고리에 의해 이뤄졌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후원의 본래 목적이 청탁의 대가가 아닌 공익적 성격에 따른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뇌물죄와는 상관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영재센터 후원에 나선 문체부와 강릉시,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의 사례를 앞세우며 삼성과 달리 판단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후원 과정에서 최씨와 장씨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다시 한 번 강하게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1차 후원(5억5000만원)의 경우 김 전 차관의 요구에 따라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이 진행한 것으로 이 부회장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2차 후원(10억7800만원) 역시 공익적 측면과 정부의 강요에 의해 이뤄졌을 뿐 영재센터의 설립 배경과 목적, 실소유주 등 실체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앞세울 예정이다.

    지난 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남 모 문체부 과장은 "영재센터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사적이익 추구를 위한 단체라거나, 지원이 국고 횡령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장씨와 함께 영재센터 운영에 개입한 것으로 이규혁 전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무도 장씨가 삼성 관계자를 알지 못했다는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장씨에 대한 증인신청 과정부터 양측의 의견 대립이 거셌던 만큼 유·무죄 입증을 위한 핵심 쟁점을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이 펼쳐질 것"이라면서도 "일각에서는 장씨가 이른바 '특검 도우미', '특검 복덩이'라는 별명을 얻는 등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것을 고려할 때 변호인단에 불리한 증언들이 상당수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부회장 등의 항소심 공판은 이날을 기점으로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주 2회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29일 열리는 9차 공판에서는 고영태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