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70만대서 10만대로 공급량 축소, 협상 마무리 단계"안정적 '공급-수요'처 확보… "샤프 일방적 공급 중단에 전략적 '협력' 나서"


  • LG디스플레이 패널을 탑재한 삼성 TV가 이르면 내년 초 출시될 전망이다. 최대 경쟁사인 양사가 협력관계에 돌입하면서 TV시장 재편에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TV용 LCD 패널 공급을 요청받은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삼성전자와 패널 공급을 위한 협상을 마무리함에 따라 LG 패널을 적용한 삼성 TV 출시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일본 패널업체 샤프로부터 갑작스러운 패널 납품 중단을 통보받았다. 샤프를 인수한 대만의 훙하이가 프리미엄 TV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밝히면서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의 거래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것이다.

    삼성전자의 연간 TV 판매량은 4800만대로 7%에 해당하는 300만대 가량을 샤프에게서 공급받았다. 하지만 훙하이가 일방적으로 공급 중단을 통보하면서 패널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

    어려움에 빠진 삼성전자는 기존 거래처인 삼성디스플레이, 이노럭스, 차이나스타 등에 패널 공급을 추가로 요청했다. 하지만 수 개월만에 수 백만대의 패널을 추가로 공급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샤프가 공급하던 패널은 프리미엄 제품군에 해당해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만의 도움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불문율을 깨고 최대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 패널 공급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자연스럽게 경쟁사 간 협력 관계가 구축된 셈이다. 불편한 동거이지만 전략적으로 손을 잡아야 할 상황이 됐다. 

    올 2분기 40~60인치대 프리미엄 제품 70만대 공급을 목표로 양사는 협상에 돌입했다. 
    그러나 논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LCD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패널 확보가 수월해졌고, 삼성전자도 제품 라인업 조정에 나서면서 수요는 크게 줄었다. 

    특히 일단락되는 듯 보였던 '화소수' 논쟁도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패널(M+)이 화소수를 따져보니 4K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R(레드)·G(그린)·B(블루)를 합친 값만을 하나의 화소로 인정하는 계산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흰색(W)을 내기 위해 별도로 들어가는 화이트 소자도 별도의 화소로 계산해 문제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에는 양사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백지화하지 못했다. 양사는 조율을 통해 협상을 이어갔고, 최근 '올 하반기부터 10만대 규모의 LCD 패널을 공급'하는 것으로 논의를 마무리했다. 당초 계획한 70만대에 비해 대폭 줄었지만 안정된 공급처 및 수요를 확보하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양사간 신경전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협력 관계가 성립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내년 LCD 패널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사간 협력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다소 불편한 동거일 수 있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차원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