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 재산 자매법인에 귀속, 국고 환수되도 사학법 개정 없이 피해보상 등 어려워
  • ▲ 서남대 폐교 및 서남학원 해산과 관련해 설립자 교비횡령 보전, 법인 잔여재산 귀속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 서남대 폐교 및 서남학원 해산과 관련해 설립자 교비횡령 보전, 법인 잔여재산 귀속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남대학교 폐교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르면 내년 2월께 학교폐쇄가 확정될 경우 잔여 재산에 대한 귀속 대상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폐교의 직접적인 영향이 설립자 이홍하의 300억원대 교비 횡령으로 촉발됐지만 아직까지 변제하지 않은 상태로, 경영 악화 등으로 인해 서남대 교직원 임금체불 규모는 200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폐교가 확정될 경우 설립자가 빼돌린 횡령액 변제 의무는 고스란히 사라진다. 특히 서남대 잔여 재산 귀속 대상은 이씨 딸이 있는 대학 학교법인으로 명시, 청산 절차를 거쳐 국고로 귀속되더라도 법 개정 없이는 교직원들의 임금체불 등에 따른 피해보상 자체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내달 7일까지 서남대 및 학교법인 서남학원에 대한 행정예고가 진행된 뒤 청문 등 절차를 거쳐, 내달 2월께 학교 폐교 및 법인 해산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남대가 폐교 수순을 밟게 된 것은 설립자인 이홍하 전 서남학원 이사장의 교비횡령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2012년 이씨가 서남대 교비 333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로 인해 대학 운영은 경영 악화 등으로 인해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의과대학 설치 대학인 서남대에 대해 명지병원, 서울시립대 등이 인수에 나섰지만 교육부는 재정기여 방안 미흡 등을 이유로 불가 방침을 못 박았다.

    학교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서남대가 폐교되고 서남학원이 해산될 경우 정작 설립자의 교비 횡령으로 고통받았던 교직원에 대한 피해 보상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현행 사립학교법에서는 학교법인 잔여 재산은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된다고 규정, 서남학원 정관에서는 '신경학원 또는 서호학원에 귀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홍하가 설립한 신경학원, 서호학원은 각각 신경대, 한려대를 운영 중이다. 신경대는 이씨 딸인 이서진씨가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으며, 한려대는 이씨 부인인 서복영 전 총장이 맡았던 학교다.

    서남학원 해산 절차가 이뤄진 뒤 남은 잔여 재산은 다른 학교법인이면서 이씨 세운, 자매법인으로 넘어가는 구조인 것이다. 2000년 광주예술대 폐교 당시 잔여 재산 귀속 지정자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앞서 이홍하가 설립한 서울제일대학원대학은 다른 재단에 인수됐고, 광주예술대는 문을 닫았다. 광주예술대의 잔여 재산은 서남대에 귀속됐다.

    이정린 서남대 정상화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남원시의회 의원)는 "잔여재산도 문제고, 이홍하가 횡령한 333억원도 문제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인데 폐교가 되면 이홍하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이다. 교육부가 비리 재단을 옹호하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잔여 재산은 이홍하 딸이 있는 곳으로 간다. 신경대가 아니라면 한려대로 간다. 이홍하 부인이 운영했던 곳이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이홍하는 사학비리 등의 혐의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지만 서남대 교비 횡령액은 아직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신경대는 서남대 잔여 재산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다른 귀속대상인 한려대(서호학원)는 현재 신경대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달 말까지 통폐합 계획을 교육부에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잔여 재산을 받지 않겠다는 신경대 측은 "의견을 낸 것은 맞다"면서도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한려대 관계자는 "(통폐합된다면) 새로운 대학으로 갈거 같다. 통합발전위원회를 만들었고, 통합을 전제로 한 MOU를 (지난 9월) 체결한 상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서남대 교직원 임금체불 규모는 187억원. 이홍하가 세운 학교법인으로 서남대 잔여재산을 신경대가 받지 않는다면, 국고로 귀속될 수 있다.

    서남대 정상화 대책위는 서남학원 재산은 남원·아산캠퍼스, 부동산 등을 합쳐 1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청산 과정을 거치더라도 잔여 재산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할 정도로 크다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하지만 횡령액 보전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잔여 재산이 국고로 환수되더라도 피해 보상 등으로 사용하는데 따른 법적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결국 서남대 교직원 210여명 등만 피해를 입는 꼴이 된다.

    서남대 교수협의회는 청와대 청원을 통해 "폐교로 인한 서남대 교직원들의 생존권 박탈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사학법 개정이 이뤄져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홍하가 횡령한 교비를 변제하지 못하면서 서남대는 폐교되는 상황을 맞았다. 폐교하게 되면 보존 대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채권이 소멸된다. 입법불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횡령 변제에 대한 부분을 국고로 환수해 피해 교직원, 학생 지원을 위한 부분을 담은 법안은 현재 계류 중이다. 피해보상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사학법 개정이 필요하다. 청문이 진행되면 많은 이야기가 나올 거 같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에 학교 폐교 및 법인 해산 자체가 오히려 비리사학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서남대 대책위는 지적하고 있다.

    이정린 공동대표는 "서남대 잔여재산을 신경대가 받지 않는다면 한려대로 간다. 쇠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다. 학교 폐교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폐교가 확정되면 교육부가 적폐 청산 대상 1호라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학비리를 저지른 이홍하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직 법 개정이 된 것이 없다. 교육부는 서남대 정상화에 대한 의지는 없고, 폐교만 바라보고 있다"며 교육부의 폐교 이행 등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