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간 갈등 자체적 합의 사실상 '불가능'수십년간 지속되고 있는 문제, 근본적 해결은 정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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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나고 있다.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기업들과 적잖은 괴리감이 발생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북핵 위협, 중국의 사드보복, 미국의 통상압력 등의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반기업, 친노동 정책 등이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뉴데일리경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의 편향된 친노동 정책으로 기업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지지를 등에 업은 노조는 무분별한 파업으로 기업과 협력업체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외에도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등 각종 핵심 현안들에 대해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부작용을 낳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 전반에 노사 갈등이 깊게 뿌리를 내리면서 사측이 온전히 경영에 몰두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부터 항공 산업에 이르기까지 국내 기업들은 노조들의 집단 행동에 한숨이 커져가고 있다. 노사 갈등의 시발점은 '임금'이다. 노조는 사측에 매년 무리한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에 불응할 경우 집단 파업 등으로 회사의 경영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악순환의 패턴이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 노사 갈등은 연례 행사라고 불릴 정도로 지속되고 있다. '강성 노조'라 불리는 자동차 노조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시위를 벌여 회사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학계 및 업계에서는 온전히 사측의 힘만으로 고질적인 노사 분규를 뿌리 뽑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노사간 입장 차이가 너무나 크다. 서로 다른 데이터를 갖고 얘기를 하기 때문에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잘못된 데이터는 해외로 유출돼 기업에 영향을 끼친다"며 "노조 파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업체들에게 돌아간다. 현재 대기업 노조와 협력업체간의 임금격차도 크다. 노사 문제는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고 자동차 전체, 나아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노조의 파업은 노조의 기득권과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강화시킨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들만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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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월~9월까지 자동차 노조의 대규모 파업으로 감소한 가동률 지수는 24.7% 에 달한다. 반면, 재고지수는 3.6% 증가에 그쳐 성장세가 주춤했다.

    내수판매는 부분 파업 여파로 14.3% 떨어졌고, 출하지수는 11.3% 하락했다. 이는 무분별한 노조 파업이 기업에 미치는 단편적인 영향에 불과하다.

    고질적인 노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 쪽에 편중되지 않고 공정하게 중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항구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해야하는데 전문성이 부족하다. 실태를 알만 하면 나가고 새로 들어오고를 반복하기 때문"이라며 "현실성 없는 얘기만 지속하기 때문에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올바르고 공정한 데이터를 구축해 제시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즉, 정부가 친노동 정책을 펼칠 경우 노조는 파업 등 강경 태도를 더욱 일삼게 되며, 사측은 피해를 감수한 상태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도 기업의 성장을 옥죄는 부작용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2018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시간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들을 위해 필요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단, 경제 상황에 맞춰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 최저임금의 고용감소 효과.ⓒ산업연구원
    ▲ 최저임금의 고용감소 효과.ⓒ산업연구원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 고용재앙'이라는 보고서에는 무분별한 최저임금 인상 시 국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의견이 제시돼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 박기성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의 심각한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전제하에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반대로 지원배분의 비효율성이 커지면 경제성장률은 하락한다. 그림에서처럼 최저임금은 노동시장의 최저가격이므로 최저임금이 높을수록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상승해 경제성장률 하락을 유발하게 된다는 얘기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 안정기금으로 약 3조원을 푼다고 해도 이에 대한 실효성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더 많다. 당장 저가구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정부가 보조금을 30인 미만 사업장에 준다고 하지만 한시적이거나 길어야 2년 정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그 다음해 또 인건비는 늘어나지 않겠는가. 인건비 한계 기업들은 버텨내기가 힘들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인건비 부담으로 기업들이 기계화, 해외 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희영 교수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유통업계의 경우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은 기계로 대체해 일자리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기업들은 당연히 인건비 상승으로 고용을 줄이려고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자들을 많이 만나보면 해외 이전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베트남 등으로 해외 공장을 옮겨가는 것이 바로 그것.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는 사업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일시적으로 고통이 따르더라도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업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크다. 당장 정부 지원금 3조도 극히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국제 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다. 1986년에 만들어져 1988년 발효됐는데 30년간 큰 변화가 없이 계속 유지되면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을 벤치마킹하고 국제 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우선적으로 우리가 쓰고 있는 단일 최저임금제를 개선해야 한다. 당장 일본처럼 업종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단일 최저임금제를 타파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생산성 대비로 보면 최저임금이 결코 낮지 않다"며 "복지로 풀어야 할 문제를 최저임금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라고 강조했다.

  • 기아차 노조 통상임금 1심 승소 후 기자회견 모습.ⓒ뉴데일리
    ▲ 기아차 노조 통상임금 1심 승소 후 기자회견 모습.ⓒ뉴데일리


    무분별한 노조 파업, 경제 상황에 맞지 않는 최저임금 인상 등 이미 정부의 친노동 정책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친노동 정책으로 하루하루 노조들의 태도가 급변하고 있다"며 "강성 노조가 아니었던 노조들도 정부 정책 등에 반응해 태도를 바꾸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1심 판결로 노사 갈등의 맹점이 된 통상임금은 기업 입장에서 가장 불안한 시한폭탄이다. 이는 정부가 노사간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이 가장 필요한 사안이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노조원 2만6651명이 통상임금 3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표했다. 2014년 11월부터 최근 3년 동안 미지급된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하라는 것이 목적이다.

    이미 기아차는 지난 8월31일 1심 판결로 원금 및 이자 포함 총 4223억원의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사 모두 판결에 불응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이지만, 1심 결과는 기아차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판결이었다.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로 노조 측의 주장이 일부 인정됨에 따라 노조원들은 기업을 상대로 줄소송이 예고 되고 있다. 최근 기아차 노조가 제기하겠다고 밝힌 3차 소송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천~수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에게 과거의 임금을 재산정해 지불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기아차의 경우 1심 판결로 3분기 1조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이 발생해 일순간 적자 기업이 됐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상황이 좋지 않다. 통상임금 문제는 적절한 상태에서 노사 양측이 합의를 봐야하는 부분인데 한 쪽으로 치우치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며 "기아차의 경우 액수도 그렇지만 다른 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월급에는 수십가지 항목이 있는데 이에 대한 정리는 하지 않았다. 상여금 포함 여부 등 한 두가지 문제가 아니다. 정기성, 단기성 판단도 애매모호하고 정권이 변함에 따라 상황도 달라지고 있다"며 "현 정부가 노동자 친화 정책이라 노조가 이를 악용하려는 모습도 보여진다. 현재 노사 양측의 합의가 아니라 대결 양상 구도로 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정리해줘야 노사 양측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