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회장 임기 하루 남겨놓고 양측 합의점 도출내년 말까지 공동TF 구성…직무급제 도입 해 넘겨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오른쪽)과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29일 제3차 산별교섭회의을 개최하고 2017년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은행연합회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오른쪽)과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29일 제3차 산별교섭회의을 개최하고 2017년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은행연합회

    금융권 노사가 2017년 임금인상률을 2.65%로 합의하고 공동 TF를 구성키로 손잡았다.

    사용자협의회 대표인 하영구 회장이 임기를 하루 남겨놓고 극적인 타결을 도출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둔 셈이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제3차 산별중앙교섭을 열고 2017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금융권 산별교섭은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인한 갈등으로 지난해 4월 중단된 이후 지난 1일과 16일 각각 1·2차 대표단 교섭을 재진행했지만 의견 대립은 여전했다. 

하지만 하영구 회장 임기가 오는 30일 끝나는 점을 고려해 노사 양측 모두 최종 타결에 초점을 맞췄고, 이날 세번째로 열린 산별교섭에서 두 차례 정회와 대대표교섭을 진행하는 등 막판 진통을 겪으면서 2시간여 만에 합의점을 끌어냈다.

먼저 임금인상률에 대해서는 총액임금 2.65%를 기준으로 각 기관 별도로 정하기로 협의했다. 단, 직원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저임금 직군의 임금 인상률은 각 기관별 상황에 따라 기준인상률 이상으로 한다.

노조는 해를 넘기지 않고 합의점을 도출하는데 의의를 뒀다. 노조가 당초 제시한 인상률보다 2.05%포인트 낮아졌지만, 2013년도 이후 4년만에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앞서 노조는 은행들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큰 폭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합친 4.7%를 요구했고, 2차 산별교섭에서는 3.5%로 소폭 낮춘 바 있다.

노사는 2018년말까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 TF도 구성한다. 사측이 제안한 임금체계 개선, 산별교섭 효율화와 노조가 제안한 과당경쟁 방지, 제4차 산업혁명 대비 고용안정 방안 등을 다루게 된다. 

이와 함께 노사 공동으로 마련한 사회공헌기금을 재원으로 한 공익재단을 설립키로 했다.

노사는 지난 2012년과 2015년 산별교섭에서 노사 합의로 조정한 약 7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과 사측이 향후 3년간 출연하는 약 300억원을 총 재원으로 일자리 창출, 청년실업 해소 등 사회공헌사업을 수행한다.

산별교섭 쟁점 안건으로 떠올랐던 직무급제에 대해서는 해를 넘기게 됐다.

하영구 회장을 비롯한 사용자협의회가 정부의 방침에 발맞춰 직무급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노조는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이번 교섭에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은행 직무를 세밀하게 구분해 임금체계를 재산정하고 이를 적용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직무급제는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호봉제의 대안으로 제시한 인사시스템이다. 직무별 전문성이나 난이도, 업무 성격에 따라 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개념이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하영구 회장 임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방대한 노사 안건을 논의하기엔 시간이 부족한 한계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차기 회장과 함께 내년 산별교섭은 좀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은행연합회는 노사 산별교섭이 열리기 직전 사원총회를 개최하고 이사회가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한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를 제13대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로써 내달 1일부터 김태영 차기 회장은 하영구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게 된다. 은행연합회장은 사용자협의회장을 겸직하기 때문에 김태영 차기 회장이 노사 현안 문제를 파악한 후 협상에 나서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