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 이어 고영태 증인신문 불발…재출석 여부도 '미지수'변호인단, 무죄입증 차질 불가피… "일각선 '시간끌기 전략' 지적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핵심 증인들의 잇따른 불출석으로 답보상태에 놓였다. 현재까지 공판준비기일을 제외한 아홉 차례의 정식 공판 중 두 차례 기일이 증인들의 출석 거부로 불발된 상태다.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 대부분이 피고인들의 혐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만큼 공판 일정 및 최종 판결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재판부도 다음달 말까지 공판을 종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만큼 온전한 증인신문이 이뤄질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현재 불출석한 증인들이 특검 측의 요구로 채택된 점을 들어 변호인단의 무죄 입증을 방해하기 위한 특검의 '시간끌기 전략'이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등의 항소심 9차 공판이 증인으로 소환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불출석으로 개정 25분만에 종료됐다. 지난 27일 8차 공판에서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출석을 거부한 데 이어, 고씨까지 갑작스레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이다.

    고씨는 장씨와 마찬가지로 최근 발생한 '정유라 피습사건'을 출석 거부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이날 특검은 "장시호 증인에 이어 원만한 진행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증인 철회 여부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판이 두 차례나 무산되면서 증인신문을 통한 양측의 유·무죄 입증도 난항을 겪게 됐다. 현재 피고인 신문과 결심공판을 제외하면 남은 기일은 여섯 차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달 말까지 공판 일정을 마치겠다는 재판부의 계획을 감안한 경우다. 이 중 두 차례 기일은 서류증거조사로 예정돼 있어 실제 증인신문 기일은 네 차례 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항소심 공판을 통해 피고인들의 무죄를 이끌어 내야 하는 변호인단은 상당히 촉박한 일정에 쫓기게 됐다. 빠르면 다음달 모든 심리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두 차례나 되는 기일을 허무하게 마치게 된 셈이다.

    앞서 변호인단은 장씨와 고씨의 경우 이미 원심에서 진술·비진술증거에 대한 상당한 양의 증거조사가 이뤄졌다며 특검의 추가 증인신청에 대해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증인신문 일정을 재지정했지만, 실제 출석이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재판부에 따르면 고씨는 불출석 사유서에서도 향후 출석이 어려울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특검의 무리한 증인신청으로 항소심 공판이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충분한 증거조사가 시급한 변호인단을 겨냥한 특검의 시간끌기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주장이 일부 재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명확한 증거를 필요로 하는 항소심 특성상 핵심 증인들에 대한 증인신문 없이는 무죄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음달 증인신문이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역시 출석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 자칫 주요 인물들의 증인신문 없이 공판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잇따른 특검 측 증인의 불출석으로 유·무죄 입증을 위한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며 "이는 특검의 시간끌기 전략으로 보여질 수 있으며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도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