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2월 1일 2대 회장 취임… "2014년 심근경색 와병 후 병상 투혼이재용 부회장, 국정농단 사태 구속 등 기념식 예정 없어
  • ▲ 지난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선언'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 지난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선언'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1일 취임 30주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사업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지만, 공식행사나 기념식 없이 조용하게 지나갈 예정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취임 30주년 기념식과 관련해 별도의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회장이 지난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현재까지 병상에 있고,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마저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수감 중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17일 열린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추도식도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 오너 일가를 비롯 50여명의 삼성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등 조용한 분위기 속에 치러진 바 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의 3남인 이건희 회장은 국내 재계 2세 가운데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경영성과를 보이며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 

    1987년 이병철 선대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자 그해 12월1일, 이건희 회장은 당시 46세의 나이로 삼성의 2대 회장에 올랐다. 취임 당시 9조9000억원이었던 삼성의 매출은 지난해 300조원을 돌파하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 회장은 1993년 일명 '프랑크프루트 선언'으로 불리는 신경영선언을 선포하면서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핵심 경영진 200여명 앞에서 '마누라하고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글로벌 1등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양보다 질'이라는 경영원칙을 내세우며 지난 1994년에는 500억원 상당의 불량 무선전화기를 불태운 것은 이미 재계에서 유명한 일화로 회자된다.

    2008년 '삼성특검' 이후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지만 2010년 다시 복귀하면서 "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은 갤럭시S 시리즈를 비롯 각종 전자·IT기기를 전 세계에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반도체 사업에서도 글로벌 1위 기업인 인텔을 제치는 등 걸출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와병과 더불어 아들인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은 어느 때보다 차가운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더욱이 내년 3월에는 창립 80주년을 맞게 되지만 총부 부재의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때문에 재계를 중심으로 삼성의 경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이 수 년내 메울 수 없는 간극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취임 30주년을 맞아 삼성과 한국경제의 발전 과정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며 "공식행사나 기념식은 없지만 이 회장의 기업가 정신까지 잊혀져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