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기조 활용한 '막무가내식' 흠집내기'수입금지' 등 부정적 이미지 우려… 정부 외교력 '도마위' 올라


  • 미국의 통상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세탁기, 철강으로 시작된 보호무역기조가 세계 1위 반도체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SK하이닉스의 서버용 메모리 모듈이 자국 반도체 업체의 특허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의결했다. 미국 반도체업체 넷리스트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모듈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SK하이닉스는 "소송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씀 드릴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넷리스트는 지난해 9월와 지난 10월 SK하이닉스를 상대로 ITC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으며, ITC는 두 차례에 모두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문제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ITC와 미국 정부의 태도에 있다. 미국 업체들의 마구잡이식 소송을 배제해야할 정부 기관들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기조를 활용해 흠집내기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실제 ITC가 SK하이닉스 한국 본사와 미국 새너제이 SK하이닉스 아메리카, SK하이닉스 메모시솔루션 등을 조사 대상으로 포함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불공정 무역행위를 조사하는 ITC가 조사기구를 꾸려 조사에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주홍글씨가 새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꼬투리 잡기식 딴지걸기'라 평가하고 있다. 수입금지, 판매중단 등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워 자국 업체들을 돕고 있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업계 선두업체에 대한 기술 조사는 기술 유출 같은 또다른 피해를 양상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제한적이다. 앞서 태양광모듈, 철강, 조선, 자동차, 세탁기 등 통상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업체에 모든 것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세탁기의 경우 부정적인 여론에 휩쓸려 TF를 꾸렸지만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기조는 시간이 갈 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를 넘어 정부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특성상 통상압박은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의 외교력과 설득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