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진흥공사설립 법안 지난 1일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 법사위 심사 기다리는 중
  • ⓒ현대상선
    ▲ ⓒ현대상선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의 대형화 작업에 순풍이 불고 있다.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국회가 현대상선을 포함한 국내 선사들을 위한 법안 마련에 본격 착수했고, 이에 발맞춰 정부도 곧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5일 해양수산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해양진흥공사설립 법안이 지난 1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앞둔 상태다. 정치권 관계자는 "크게 이견이 있는 법안이 아니라서 법사위에 상정된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법안 통과에 무게를 실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올해 8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한진해운 사태로 위기를 맞은 한국 해운업 재건을 위해 해운업체들의 안정적인 선박 확보를 돕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현재 우리 해운산업은 한진해운이 몰락한 이후 글로벌 선사들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상선이 속한 2M얼라이언스의 머스크는 선복량이 355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MSC는 312만TEU다. 이들과 비교해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현재 41만 TEU로 8배 정도 뒤쳐진다. 

현대상선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100만 TEU 선박 확보를 목표로 세우고 수익 개선이 힘쓰고 있다. 당장 오는 6일부터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돌입한다. 현대상선은 이를 통해 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2000억원을 선박에, 2000억원을 국내외 항만에 투자하기로 했다. 나머지 2000억원 가량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는 등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도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하며 경영 정상화 의지를 나타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 사장은 최근 현대상선 신주인수권 1만주를 신규 취득했다. 한국산업은행도 초과 청약으로 현대상선의 최대주주 자리를 지켜냈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 유상증자 청약 때 주주배정으로 받는 1410만주에 더해 12%를 초과 청약해 13.13%의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의 재건 의지와 함께 해양진흥공사법도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향후 대형화 계획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2020년까지 1만3,000TEU~2만TEU급 선박 약 20척을 발주할 계획이다. 국책은행 등이 만든 선박신조프로그램도 있지만, 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되면 정부 보증하에 자본금의 최대 네 배까지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해운업체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존 방법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선사가 선박을 발주할 때, 40~50%는 선순위 은행권 금융대출, 40%는 후순위 투자로 이뤄진다"면서 "이 때 정부가 민간금융기관들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보증을 해주면 지금보다 발주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해양진흥공사는 법정 자본금 5조원 규모로 내년 7월 1일 설립될 예정이다. 출범시 자본 금액은 3조1000억원으로 이후 추가 출자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7월까지 해양진흥공사를 통한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무적으로는 얘기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관계부처간 회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