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 공사 설립해도 제때 조성 못 해… 정부 "여유 기금 활용일뿐"새만금청 조직 축소 불가피… LH·농어촌공사, 사업여력 없어
  • ▲ 새만금지역.ⓒ연합뉴스
    ▲ 새만금지역.ⓒ연합뉴스

    정부가 새만금개발사업을 전담할 법인(공사) 설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급한 세계 잼버리대회 부지 매립을 위해 농지관리기금을 편법 사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만금개발공사(이하 공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범이 기대된다. 새만금개발청은 업무 중복에 따른 조직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6일 열린 제19차 새만금위원회에서 최대 자본금 3조원 규모의 공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공사는 민간 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지지부진한 국제협력용지(52㎢), 관광·레저용지(36.8㎢), 배후도시용지(10㎢) 매립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현재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은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여야가 이달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면 6개월 이내 공사 출범이 추진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공사가 신설될 전망이다.

    공사는 새만금 민간 투자를 유도할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노출 정도와 접근성 등 입지여건이 양호한 지역 일부를 선도적으로 매립한다. 여기에는 관광·레저용지 내 2023년 세계 잼버리대회 행사부지도 포함된다.

    문제는 내년 상반기 공사가 출범해도 설립준비 기간과 기본·세부설계, 사업계획 검토,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고려할 때 제때 공유수면을 메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이날 새만금 잼버리 부지는 시급성을 참작해 공사 대신 농림축산식품부가 매립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농어촌공사가 시행 중인 농생명용지 조성사업에 포함해 계속사업 형태로 추진하는 것이다.

    재원은 농지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추정 사업비는 2300억원 규모다. 현재 농지기금은 3000억원쯤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 편법 사용 논란은 해당 부지가 농업용지가 아닌 관광·레저용지이고, 대회가 끝나면 새만금청이 공사 등 수요자에게 관광·레저용지로 팔 예정이라는 데 있다.

    사실상 관광·레저용지를 개발하는 데 농지기금을 쓰는 셈이다. 농지 외 사용에 대한 농민단체 반대는 물론 농지기금법에 저촉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정부는 이를 염두에 두고 이날 새만금기본계획 일부를 변경하는 안건을 함께 처리했다. 농지기금을 투입해 관광·레저용지를 개발한 만큼 잼버리대회가 끝나고 땅이 팔리기 전까지는 매립한 땅을 농업용지로 잠시 활용한다는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국제행사 후 땅이 일찍 팔린다면 농업용지 활용은 헛구호가 될 수밖에 없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차질없이 치르기 위해 농지기금을 편법 사용하고, 이를 위해 기본계획을 수정해 짜 맞췄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부 한 관계자는 "(해당 터를) 공사가 매립하면 가장 좋지만, 물리적으로 2022년까지 할 수가 없다"며 "여유 자금을 활용하는 측면이고 나중에 땅을 팔면 이자까지 챙기게 되므로 기금도 손실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가 설립되면 새만금청은 조직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예상되는 공사 조직 규모는 100여명이다. 정부는 업무 특성상 신규 채용하기보다 새만금청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국회에 "(새만금청) 조직진단을 통해 업무가 중복되는 부분은 (축소) 조정하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를 신설하는 대신 새만금청과 LH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과 관련해선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LH가 문 정부 들어 서민주거복지나 도시재생뉴딜 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만큼 새만금개발에 참여하더라도 우선순위에서 밀려 추진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출자금이 LH에 일반자산으로 편입되면 용도가 불분명해지고, 농식품부가 현물 출자하는 매립면허권의 경우 농민단체가 반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LH 부채비율이 지난해 기준 342%로 높은 것도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또 지속 가능한 새만금 개발을 위해선 신재생에너지 등 부대사업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LH 설립 취지에 어긋나 법 개정이 불확실하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논의 과정에서 농어촌공사 역할론도 거론됐지만, 농지조성에 특화된 기관이어서 신도시, 관광·레저, 첨단산업 등의 업무에 한계가 있다"면서 "새만금사업은 다기능 다부처 관련 사업이어서 전담 공사가 사업을 벌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