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위원장 지배구조 시스템 개선 의지 내비쳐업계 “정부 바뀔 때마다 제 입맛” 新관치 우려
  • 최종구 금융위원장.ⓒ금융위원회
    ▲ 최종구 금융위원장.ⓒ금융위원회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또다시 금융회사 CEO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금융위원회 출입기자 송년세미나에서 “대주주가 없다 보니 너무 현직이 계속 할 수 있게 여러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 정부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제도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선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제도를 악용해 스스로 연임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최 위원장은 “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CEO의 유고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승계 절차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또 경쟁자를 인사 조치해서 대안이 없는 것처럼 만들어 놓고 계속해서 연임할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만드는 게 사실이라면 중대한 책무유기”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발언으로 특정인을 지목했다는 지적에 대해 최 위원장은 “특정인을 어떻게 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라며 한 발 뺐지만 “이런 상황이 없다면 얘기할 일도 아니다”라고 CEO 교체를 앞둔 금융회사를 겨냥했다.

    금융위원장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지적에 대해 금융권에서도 불만은 세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업계 자체적으로 마련한 CEO 견제장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서다.

    회사마다 시스템은 다르지만 ▲만 70세 이상 연임금지 ▲회장, 이사회 의장 분리 ▲사외이사 임기 제한 등이 있다.

    사실 정부가 마련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2015년 7월 공포돼 2016년 8월부터 적용돼 왔다. 2년 사이 4차례 법 개정, 5차례의 시행령이 바뀌어 현재 법 테두리를 갖췄다.

    짧은 시간동안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여러 차례 손 본 것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위는 법을 만들면 그만이겠지만 현직은 법을 이해하는 시간과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내부 갈등이 있다고 문제라며 지적하기 보다 서로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두고 금융회사를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위가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이사제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사외이사 추천권을 노동조합에게 줘 CEO를 견제하겠단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법 개정을 통해 경영권을 간섭하게 되면 외형상 관치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CEO 승계 과정에 문제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사외이사 추천권을 다양하게 두는 방식을 도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앞서 KB금융 임시주총에서도 봤듯이 ISS(국제의결권자문기구)는 노동권의 경영 간섭을 우려하고 있어 노조의 경영권 참여는 힘들어 보인다. 결국 법으로 해결하기 보단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