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北 반대·中 기권으로 미역국… 만장일치→3/4 동의 개정 추진시베리아횡단철도(TSR) 이용 활성화 기대… 국토부 "할인·정액제 도입 논의"
  • ▲ 2015년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에 국토부 관계자가 참석한 모습.ⓒ국토부
    ▲ 2015년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에 국토부 관계자가 참석한 모습.ⓒ국토부

    문재인 정부가 북방경제협력에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철도분야에선 더디지만 문 대통령 임기 말께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가입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개연성이 커 보인다.

    1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문 정부의 '신북방정책'을 담당할 북방경제협력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북방위는 내년 4월까지 북방경제협력 5개년 로드맵을 내놓을 계획이다. 로드맵에는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밝힌 △조선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별 추진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북방위는 그동안 북방경제협력이 북한의 태도에 따라 명운이 갈렸다고 보고 이번에는 일단 북한을 배제한 채 러시아, 중국, 몽골 등 관련국과 우선 협력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철도분야에서는 북방위의 이런 전략이 먹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철도분야 북방 경협의 주요 사안으로 OSJD 회원국 가입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이용 활성화를 꼽는다.

    OSJD 회원국 가입은 북한 왕따 놓기가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단시일 내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OSJD 회원국 가입은 매년 4월과 6월 열리는 OSJD 사장단회의와 장관회의에서 결정된다. 문제는 의사결정 방식이 만장일치제라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회원국인 북한의 반대로 가입 문턱에서 매번 미역국을 먹어야만 했다. 남북이 북핵과 미사일 도발로 냉각하면서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기를 기대하기 더 어려워졌다. 올해 열린 회의에서도 북한과 중국이 각각 반대, 기권하면서 회원국 가입에 실패했다.

    우리나라 전략은 아예 OSJD 회원국 가입요건을 뜯어고치는 것이다. 현재 만장일치제를 4분의 3으로 완화한다는 접근이다.

    올해 OSJD 의장국인 폴란드가 지지 의사를 밝힌 게 성과로 꼽힌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회의에 28개 회원국 전부 참석한 가운데 북한,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에선 우리나라의 회원국 가입에 찬성했다. 중국은 2015년 이후 계속 기권하고 있다"면서 "정관 개정에 성공하면 회원국 가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OSJD 정관 개정을 위한 소회의(ITRT)는 매년 3월과 11월 열린다. 정관 개정을 위해선 회원국 중 최소 16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4분의 3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안건 통과 후에는 회원국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회원국 중 8번째 비준이 이뤄지는 시점부터 국제조약으로서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OSJD 회원국 사이에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해도 정관 개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회의가 1년에 두 번 밖에 열리지 않는 가운데 OSJD 특성상 회원국 간 의견이 분분하다 보니 각 회원국이 정관의 수정 문구 등을 살펴 확정하기까지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합의 시점은 현 정부 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회의가 아니어서 현재로선 정관 개정 시점을 말하기 어렵다"며 "다만 2021년까지는 개정이 되도록 목표를 잡은 상태"라고 했다.

    OSJD에 가입해 정회원국이 되면 각종 분과회의에 참석해 대륙철도 운송협정 등 우리나라 화주에 불리한 제반 여건 등을 고치는 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유라시아 철도 연결을 통해 부산에서 파리, 런던까지 이어지는 대륙 철도물류망을 구축할 기반이 갖춰진다.

    TSR 이용 활성화와 관련해서도 낙관론이 제기된다.

    국토부 설명으로는 우리 기업의 TSR 이용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요금 인상과 함께 복잡한 통관절차 등이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관 과정에서 러시아어로 작성해야 하는 문서가 있는 등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무엇보다 최근 TSR 요금이 우리 기업이 체감하기에 30%쯤 올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열린 제1차 한·러 북극협의회에서 철도분야와 관련해 따로 협의하자는데 양국이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따로 만나 철도분야 협력을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데 뜻을 같이했다"며 "요금의 경우 이용량 증가와 서비스 개선으로 인상된 측면이 있어 보이는데 앞으로 정액요금이나 할인제 도입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