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도권 입주물량, 올해 이어 또 다시 최대치 기록주택금융 규제 등으로 입주기간 만료에도 미입주 발생건설사 유동성 우려… "중소건설사는 부도 위험도"
  • ▲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수도권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입주 관련 지표들이 일제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의 경우 신규분양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입주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금융 규제 강화와 금리인상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8년 수도권 입주물량은 모두 21만6489가구로, 올해 17만4608가구에 이어 또 다시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경기도의 경우 내년 16만1597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등 물량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 남부권인 화성시, 용인시, 오산시, 안성시, 수원시 등의 입주물량 부담이 커지고 있다.

    동탄2신도시가 위치한 화성은 이미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멈추고 일부에서는 역전세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화성에는 내년 3만1776가구가 '집들이'를 앞두고 있다.

    용인도 기흥역 주변 도시개발사업 물량 등으로 내년 1만5676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며 김포시 1민4197가구, 시흥시 1만2388가구도 1만가구 이상 입주 대기 중이다.

    미사강변도시가 있는 하남시(9204가구) 고덕신도시와 다산신도시가 있는 평택시(8973가구), 남양주시(8248가구)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수원 8113가구 △광주시 5538가구 △안성 5045가구 △오산 4080가구 등도 수요에 비해 입주물량이 많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경기 남부에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은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되는 등 불안감이 생기고 있다"며 "일부 지역의 경우 전세 만기 후 재계약시 전세금을 돌려주거나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운 역전세난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11월에 입주기간이 만료되는 단지의 입주율은 전국 75.0%, 수도권 83.3%, 지방 73.2% 수준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네 가구 중 한 채는 입주지정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입주를 하지 않거나, 잔금 납부를 하지 않은 셈이다.

    입주율은 조사 당월에 입주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분양단지의 분양호수 가운데 입주 및 잔금 납부한 호수의 비중으로, 입주자모집공고시 미분양분은 제외하고 계산한다.

    11월 수분양자의 미입주 사유는 '세입자 미확보'가 27.8%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기존주택 매각 지연(22.2%)', '잔금대출 미확보(22.2%)', '분양권 매도 지연(13.9%)' 순이었다.

    주산연 관계자는 "지난달 경기와 인천을 중심으로 수도권 입주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세입자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택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분양자의 잔금대출 마련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KB국민은행 주간 주택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12월 첫째 주 경기도 전세수급지수는 98.8로 집계됐다. 올 1월 148.0으로 시작해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달 마지막 주엔 106.8을 기록했고, 이달 들어 100.0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이 지수가 두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3월 둘째 주 96.8 이후 8년 9개월 만이다.

    이 지수는 전세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0~200 범위에서 적정 수준인 100보다 높으면 공급 부족, 100보다 낮으면 수요 부족을 뜻한다.

    특히 잔금대출을 확보하지 못해 입주를 못 하는 수분양자 비율이 8월 이후 줄곧 18% 안팎 수준을 기록해왔으나, 11월 들어 22.2%로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10·24대책을 비롯해 주택금융 규제 강화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분양자가 잔금대출을 마련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12월에도 전국적으로 입주 상황이 좋지 않을 전망이다.

    주산연의 '12월 입주경기실사지수(HOSI)'에 따르면 전국 HOSI 전망치는 67.9로, 전월 6.7에 비해 8.8p 하락했다. 8월 조사 이래 60선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HOSI는 주택사업자가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입주 중에 있는 단지의 입주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전망이 어둡다는 뜻이다.

    지난 11월까지 HOSI는 70~80선을 유지했으나, 정부의 규제 정책 기조와 주택금융 규제 강화, 입주예정 물량 급증으로 12월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12월 입주예정 물량은 5만7320가구로, 최근 3개월 평균 물량 3만4439가구보다 1.7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41개 단지·3만3787가구가 입주 예정으로, 11월보다 1만7739가구가 증가한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이 지속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부동산 전반의 환경이 악화되면서 입주시장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며 "12월에 1000가구 이상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지역에 입주예정 단지가 있는 사업장들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분양자의 미입주 원인을 파악해 기간 내 입주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입주지원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도시주택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비율이 80%로, 종전보다 10%p 낮아졌다. 미입주 발생시 계약자를 대신해 중도금 대출을 대위변제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위험을 더 떠안은 셈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주택경기 호황기 동안 분양이 원활하게 잘 이뤄졌기 때문에 전국적인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지만, 입주가 몰린 일부 지역 사업장을 중심으로 국지적 미입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마케팅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분양권 매매나 전월세 거래를 원활하게 도와주는 등 입주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건설사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중견건설 B사 고위 관계자는 "건설사의 대위변제 부담이 커진다면 공사대금 회수가 되지 않아 건설사들의 유동성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자금여력이 없는 중소사들의 경우 부도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