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여파,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미래전략실 해체전경련 몰락하고 대한상의가 재계 창구 역할로 급부상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

     

    2017년, 재계에는 그 어느때보다 악재가 많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 해체됐다. 재계의 창구 역할을 했던 전경련도 함께 몰락했다. 재벌 총수들은 각종 비리와 추문 등으로 검찰과 법원에 잇따라 불려갔다. 정치권에서는 법인세 인상과 상법 개정안 추진, 통상임금 소송 등이 화두가 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논의 등도 기업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공정위의 재벌개혁과 미국의 통상압력, 중국의 사드보복 등도 기업들을 어렵게 했다.

    18일 뉴데일리경제가 2017년 재계 주요 뉴스를 정리해봤다.


    우선 올해는 정치권과 연계된 악재로 재계의 수난시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그 여파로 대통령이 탄핵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올해 2월에 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았고, 내년 1월쯤 2심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계열사별 이른바 '각자도생'을 선언했다.


    롯데그룹도 사건에 연루돼 신동빈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으며,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4년형을 구형했다. 아울러 재계와 정계의 창구역할을 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몰락했다. 쇄신을 추진 중이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경련을 배제하고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를 카운터 파트너로 삼고 있다. 덕분에 대한상의는 재계의 새로운 대변인을 자처하며 급부상 중이다. 


    또 올해는 재벌총수들이 유독 검찰과 법원에 자주 들락거렸다. 앞서 언급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롯데 신동빈 회장은 이와 별도로 경영비리 혐의로 아버지인 신격호 명예회장,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오는 22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법정구속 여부에 따라 그룹의 행보 및 경영권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이 징역 10년형을 구형했기 때문에 롯데그룹은 더욱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사건으로 검찰 수사는 물론 일주일에 3회 이상 재판에 출석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외에 조석래 효성그룹 老회장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자택공사 비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김준기 전 DB(옛 동부)그룹 회장은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고, 이로 인해 회장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술집에서 난동을 피운데 이어 변호사 폭행과 막말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정부의 기업 옥죄기도 본격화됐다.


    미국 등 글로벌 추세와는 달리 정부는 법인세를 결국 인상했다. 최고세율이 종전 22%에서 25%로 3%포인트 인상됐으며, 과세표준 구간도 300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현대차 등 77개 기업의 세금 부담이 가중됐다.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를 비롯한 상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계속 논의되고 있다. 기업들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강도높은 재벌개혁을 예고했다.


    본격화된 최저임금 인상은 재계는 물론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16.4% 오른 7530원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릴 계획이어서 이로 인한 세제 부담도 결국 기업이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공기업을 비롯한 민간기업들의 고용에 부담이 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도 재계의 유예기간 요청에도 막무가내로 추진되고 있어 재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도 올 한해 뜨거웠던 이슈였다. 기아차 노사간 통상임금이 가장 주목을 받았고, 1심에서 사측이 패소하면서 약 1조원 가량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충당금을 반영하느라 3분기에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만도 역시 통상임금 2심에서 패소했다. '신의 성실의 원칙'이 재판부에 수용되지 않으면서 사측이 잇따라 패소, 재계 전체에 통상임금 '폭탄' 공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외적인 악재도 많았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미국 우선주의로, 무역규제에 따른 통상압력이 점차 거세졌다. 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잇따라 부과해 수출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 결국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무역확장법 232조의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해지면서 더욱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자동차 역시 자국산업 보호 여파로 현대차와 기아차 등이 미국시장에서 부진했다. 미국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검토하고 있어 수출 급감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도 막심했다. 현대차는 올들어 7월까지 중국에서의 현지 판매가 40.8% 감소한 59만2785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만1493대가 줄었다.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2분기(4~6월)에는 월평균 3만5000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4% 가량까지 판매가 곤두박질쳤다.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올 3월부터 중국정부가 소방법 위반 등을 이유로 롯데마트에 영업정지를 내리면서 피해가 누적됐다. 롯데마트는 중국에 총 112개(롯데슈펴 13개 포함)가 있다. 이 가운데 87개가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74개는 강제로 영업이 정지됐고, 13개는 자율적으로 문을 닫았다. 그나마 영업을 하고 있는 12개도 매출이 70~80% 가량 급감해서 사실상 폐점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1조원 가량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항공업계와 면세점업계 등도 큰 타격을 입으면서 한류 열풍이 수그러들었다.


    또 재계에서는 50대 세대교체와 성과 중시가 임원인사 키워드로 부각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 LG, 한화, CJ 등은 젊은 50대를 CEO에 발탁하면서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실적이 좋은 계열사 및 사업부 등에 대해서는 확실한 보상으로 사기를 진작시켰다.


    이외에 CJ 이재현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은 경영일선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최태원 회장은 책임경영을 앞세워 '딥체인지' 구현에 박차를 가한 결과,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계열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재현 회장도 복귀 이후 그룹 재건에 힘을 쏟으면서 새롭게 선포한 그룹 비전 '2030 월드베스트'를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첫 PGA 투어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