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신평 "대토신, 수익성·사업안정성 악화될 것"'부채 86% 급증' 신탁업계, 재무 리스크 확산 우려"더 큰 리스크 직면 전에 완충력·유동성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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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뉴데일리경제 DB


    대한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최근 1년간 국내 주요 3대 신용평가사에서 부동산신탁사 11곳에 대한 첫 신용등급 강등이다. 내년 부동산 경기 전망이 악화되면서 우려됐던 부동산신탁회사의 실적 부진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는 신탁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대한토지신탁의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평 측은 △차입형 토지신탁의 수익 비중 상승과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사업안정성의 악화 가능성 △대손·조달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감소 예상 △지방 소재 영위 사업장의 부실 리스크 확대로 인한 자산건전성 및 유동성 대응능력 저하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황철현 나이스신평 금융평가본부 실장은 "부동산신탁사의 수익 규모와 상관관계가 높은 주택 착공물량이 2018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손 규모와 연관성이 큰 주택 미분양물량도 2015년 말부터 지방권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차입형 토지신탁의 수익 비중 상승과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해 향후 대토신의 수익성과 사업안정성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탁사 특성상 부동산 경기 둔화는 대손비용 증가를 야기하며 시중금리와 단기차입규모의 동반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뿐만 아니라 뉴스테이, 리츠(REITs)나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을 통한 수익다각화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차입형 토지신탁에 의존적인 수익구조로는 이익창출능력 또한 저하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토신의 사업장 상당수가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경상도, 충청도와 수도권 외곽인 안성시, 이천시 등에 소재해 있는 만큼 이들 중 일부 사업장의 일부는 신탁계정대의 추가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이밖에 늘어나는 자금소요를 단기조달 중심으로 대응하다보니 대토신의 유동성 위험 대응능력이 저하되고 있다.

    황철현 실장은 "사업위험 측면에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과 수익구조의 다각화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재무위험 측면에서는 신탁계정대를 비롯한 운용자산의 건전성과 위험 완충력의 적정성, 조달구조의 안정화 여부가 핵심 모니터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단기차입금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입금 조달구조, 유동성 비율 등을 비롯한 유동성 대응능력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을 시작으로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부동산신탁업계의 리스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신탁사들의 부채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잇달아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집계 결과 3분기 기준 국내 11개 신탁사의 부채총액은 1조352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7252억원보다 86.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4313억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2년새 3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이는 부동산시장 호황과 맞물려 신탁사들이 주택사업을 크게 확대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탁사들이 다수의 주택사업을 수주하면서 사업 초기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사 차입으로 충당한 것이다.

    업체별로 보면 하나자산신탁이 지난해 255억원에서 올해 1186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대토신(479억→1919억원), 무궁화신탁(78억→258억원) 등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어 △한국자산신탁 70.3% △코리아신탁 66.2 △코람코자산신탁 65.6% △아시아신탁 53.8% △한국토지신탁 53.4% △국제자산신탁 52.6% △생보부동산신탁 36.6% △KB부동산신탁 32.4% 등도 부채가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부동산 경기가 어두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짧은 기간 급증한 부채가 부실화될 우려가 커졌다"며 "주택사업 특성상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인 만큼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사업 중간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빚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신탁사들이 재무적 위기에 빠질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지속적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향후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에 신탁사들이 사업 확장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부동산신탁업의 부실대응력이자 수주능력을 의미하는 완충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의 기본은 완충력과 유동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주택공급이 감소하고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에서 미분양 등으로 차질이 빚어질 경우 업계의 성장세는 물론 재무 레버리지, 대손비용, 유동성 위험 등 재무 측면에서도 더 큰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경기 변동에 대응하고 토지신탁사업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곳간을 채워 기초체력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